[Walkholic 채인택 런던 취재기 #8 ] 다이애나 왕세자비 추모 걷기 길 아시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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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떠난 영국의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그의 생전 모습을 새롭게 바라본 뉴스위크 기사로 새삼 화제군요. 1997년 8월31일 프랑스 파리 센강 강변도로 알마 다리 아래에서 교통사고로 숨졌으니 10년이 됐군요.

그의 삶에 대한 평가나 새로운 증언과 상관없이 다이애나는 하나의 도도한 문화현상입니다. 신드롬이지요. 살아서나, 세상을 떠나서나 마찬가지이고요. 새로운 평가나 증언이 나온다고 달라질 건 없다는 생각입니다. 되려 당당했던 모습이 새롭게 부각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오늘은 영국 런던에서 발견한 다이애나와 관련 있는 걷기 길을 소개할까 합니다. 런던에는 '다이애나 왕세자비 추모 걷기 길(Diana Princess of Wales Memorial Walk)'이란 게 있습니다. 다이애나비가 생전에 살던 켄싱턴 궁전에서 시작해 그녀가 살았던 삶의 궤적을 스쳐 지날 수 있게 설계한 길입니다. 바닥에는 추모 걷기 길 표시 동판이 90여 개가 박혀 있습니다. 도로 표지판에도 나와 있고요.


추모 걷기길, 또는 추모 산책로라는 것은 참으로 독특한 발상이지 않습니까? 국민이, 민중이, 후손이 기억하고 싶은 누군가에게 바칠 수 있는 가장 좋은 소재가 걷기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생활과 늘 함께하는 걷기와 함께하는 소재이니 늘 추모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건강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니 얼마나 건전합니까. 지겹지 않고 오래 가기고 하겠지요. 자연과 친구, 이웃과 함께 할 수 있으니 추모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지 않겠습니까? 길을 추모 기념물로 삼았으니 반영구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6.10 항쟁 20주년이 얼마 전이었죠. 박종철 열사를 추모하기 위해 그가 졸업한 부산 혜광고교 근처 보수동 산복도로(이젠 바다를 보는 길이라고 해서 망양로라고 하던가요) 쪽이나 그가 마지막으로 살았던 서울 신림9동 여중 근처에서 도림천 건너 2동 쪽으로 건너갔다가 289번 버스 종점이나 광장서적에서 끝나는 추모 걷기 길을 만들 수 있겠지요. 연세대 근처에서 시청까지 이한열 열사 추모 걷기 길을 만드는 것도 좋겠고요.

도로에 그의 이름을 붙이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박종철로, 이한열로가 아니고 '추모 걷기 길'입니다. 여러 길을 이어가는 훨씬 긴 걷기 길이지요. 그가 생전에 걷거나 인연이 있던 걸 중심으로 하고 말입니다.

다음에는 '다이애나 왕세자비 추모 걷기 길(Diana Princess of Wales Memorial Walk)'을 직접 걸어보며 사연들을 하나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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