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내년에도 개혁통해 일 잘하는 정부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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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6일 전국의 공무원과 재외 공관에 e-메일로 서신을 보냈다. 연말을 맞아 공무원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보낸 서신에서 盧대통령은 “내년부터 가시적인 국정운영의 결실을 거둬야 한다”며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정부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백29개 재외공관에서 일하는 1천1백여명의 외교관들에게 보낸 서신에선 “내년에도 부단한 개혁을 통해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고 그 보람을 함께 나누자”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다음은 노대통령이 보낸 서신의 전문이다.

◇공무원들에게 보낸 서신

안녕하십니까?

2003년이 저물고 있습니다. 한 해 동안 정말 고생 많았습니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도 10개월이 지났습니다. 우리나라를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한 많은 일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개개인의 의식에서부터 사회시스템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 공직자 모두가 잘 해준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얼마 전 신문에서 싱가포르 공무원들이 가장 우수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우리 공무원들이 더 우수하다고 감히 자부합니다. 훨씬 더 복잡한 대내외 환경 속에서도 지난 반세기 동안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에서 가장 성공한 나라를 만들어낸 일등공신이 바로 여러분입니다.

국회의원과 장관시절부터, 밤을 지새며 맡겨진 과제를 끝내 해내고야 마는 여러분을 보아 왔습니다. 대통령이 되고 나서 믿음과 애정이 더욱 커졌음은 물론입니다. 여러분에게 거는 기대가 큽니다.

이제 희망찬 새해가 밝아오고 있습니다. 올해가 국정운영의 목표와 실천전략을 세우는 한 해였다면, 내년부터는 가시적인 결실을 하나하나 거둬가야 하겠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혁신’이 필요합니다. 모든 분야에서 발빠르게 변화하면서 대한민국을 한 단계 높여 나가야 합니다. 효율적이고 긍정적인 것은 두 배로 늘리고 비효율적이고 부정적인 것은 절반으로 줄여나가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국가혁신의 목표입니다.

정부부터 변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국민의 신뢰가 중요합니다.

국민의 신뢰는 ‘일 잘하는 정부’에서 시작됩니다. 국민들이 여러분에게 바라는 수준은 대단히 높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이상일 것입니다. 먼저 변화해서 맡겨진 사명을 가장 효율적으로 완수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겠습니다.

정책의 결과만큼이나 과정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절차에 따라 효율적이고 민주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 행정’을 펼쳐가야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대화하는 정부’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항상 국민을 향해 눈과 귀를 열어놓아야 합니다. 국민의 불편과 아픔을 제 일처럼 여기며 어떻게 풀어갈지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 것입니다.

정책을 널리 알리고 설득하는 노력 또한 소홀히 해서는 안됩니다. 국민의 이해 없이는 어떠한 정책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항상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결심하면 나라가 바뀝니다. 국민소득 2만불, 동북아 경제중심국가, 그 어떤 꿈도 국민과 우리들이 힘을 합치면 현실이 될 것입니다.

자신 있게 나아갑시다. 다가오는 갑신년, 역동적이고 활기찬 나라를 만들어 갑시다. 장단을 조율하며 흥을 돋우는 농악대의 ‘상쇠’처럼 새로운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여러분의 모습을 기대합니다.

갑신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재외공관 공무원에게 보낸 서신

안녕하십니까?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한 해를 보내면서 해외에 있는 우리 공직자들의 고생이 참 많다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메일을 보냅니다. 정말 수고했습니다. 현지에서 함께 생활하는 부인과 자녀들에게도 저의 각별한 안부 말씀을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취임 이후 모두 스물여섯차례의 개별 정상회담과 두차례의 다자 정상회의를 가졌습니다. 그 때마다 우리 외교관들이 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헌신적으로 일하는 지를 피부로 느끼곤 했습니다. 수출 2천억달러 시대를 열고 북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닥을 잡은 것도 그러한 노력의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외교관은 바로 대한민국의 얼굴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우리의 국가이미지와 직결됩니다. 또한 129개의 우리 재외공관은 무한경쟁의 최일선입니다. 우리나라를 세계 속에 살아 움직이게 하는 동맥과도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런 만큼 업무는 가중되고 책임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일상적인 외교활동은 물론이고 통상마찰 해소, 투자유치, 문화교류 확대 등등 힘을 기울여야 할 분야가 한두가지 아닙니다. 밤낮없이 뛰어도 시간이 모자랄 것입니다.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우리 동포들은 물론, 상사원, 유학생, 여행객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생활환경까지 열악한 곳이 적지 않습니다. 아이들의 교육도 어렵고 때로는 신변의 위협까지 감수해야 합니다. 부인까지 업무지원에 나서야 하는 실정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며칠 전, 국내 신문에 우리나라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폴란드 외교관들의 활동이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저는 우리 외교관들이 결코 그들에 못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현지에서 열심히 일한 사례들은 적극 홍보해서 국민이 더욱 신뢰할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랍니다.

이와 함께 현장에서 느끼는 잘못된 관행이 있다면 적극 바꾸어 나가야 하겠습니다. 문제를 발견하면 이미 반쯤은 해결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활발한 대화와 토론을 통해 늘 혁신하는 조직이 되어주길 당부 드립니다. 저도 여러분의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데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내년에도 부단한 개혁을 통해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효율적인 것은 두 배로 늘리고 비효율적인 것은 반으로 줄여 나갑시다. 역동적인 대한민국을 우리 손으로 만들어 갑시다. 저와 우리 공직자들이 앞장서고, 그 보람 또한 함께 나누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새해에는 일이 바쁘더라도 꼭 건강부터 챙기시고,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한 해 보내시기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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