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모임|서예와 조각의 멋 함께 즐긴다-한국전각학연 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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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전각은 5가지 한자서체중하나인 전서체를 나름대로의 멋을 가해 돌이나 나무에 새겨「예술도장」을 만드는 작업이다.
한국 전각학 연구회(회장 정문경)는 이같이 서예와 조각의 맛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전각에 심취한 동호인들이 같은 취미를 가진 기쁨을 나누고 전각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 24년 전에 결성한 모임이다.
국민학교 때 도장을 만들어본 것이 주위의 칭찬을 받아 그 이후 자연스럽게 전각으로 관심이 옮겨져 60여년 전각에 몰두해 온 정회장(70)이 주축이 돼 처음에는 36명이 모임을 갖기 시작했다는 것.
지금은 전각을 직업, 또는 취미로 하고 있는80여명이 적극적인 참여를 하고있고 정씨로부터 전각을 배워 이 모임의 각종 대회 등에 가끔 모습을 보이는 회원은 수백명에 이른다는 것. -
서수현(원광대)·유재학(영남대)·백영일(졔명대)교수, 박두원 신일고교사, 포항의 사업가 이종근씨, 주부 한인숙·조현명·이진옥씨 등이 대표적인 회원들이다.
회원의 대부분이 미술·한문·서예로 교편을 잡는 교사·교수 및 이를 취미로 하는 주부 등이다.
이들 회원들의 가장 큰 행사는 1년에 한번씩 마련하는 회원전.
자신의 이름이나 마음에 드는 문장을 남석이나 회양목·계수나무·매화나무 등에 새겨 그 아름다움을 견주는 이 회원전은 올해로 10회에 이른다.
열성파회원들은 서울인사동에 위치한 회원사무실에 한 달에 한번정도 모여 나름대로의 연구발표회를 갖기도 하고 간혹 전각에 대해 논문을 쓰는 학생들을 지도해주거나 자료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 84년부터는 전각에 관심이 있는 대만·일본 등의 전각가 및 동호인들이 참여하는 국제전을 4년마다 한국에서 열어왔는데 올해는 중국을 포함한 7개국에서 7백여명이 작품을 내는 국제전을 최근 성황리에 끝냈다.
이들은 이종근 회원이 포항에 사재로 마련한 전각전문미술관인 토심재를 조만간 개관할 예정인데 각 국 전각가들에게 이곳에 전시할 작품을 기증받는 작업을 전개중이다.
『일반인들이 인식부족으로 전각을 도장파기정도로 알고 있으나 제작과정이나 예술적인 면에서 아주 다르다』고 말하는 이들 회원들은『어떻게 하면 보다 한국적이며 현대적인 조형감각이 살아있는 전각을 선보일까』에 관심을 쏟고 있다. 앞으로 토심재에 자기 굽는 가마를 설치해 하얀 사기에 전각을 새겨 넣는 자인전시회도 가질 예정이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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