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열린마당

인터넷 행적 뒤지는 스토커 놔둘 건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며칠 전 우연히 모 방송 기상캐스터의 팬들이 운영하는 사이트의 익명 게시판 글을 읽게 됐다. 그중 어떤 사람은 모 기상캐스터의 이름을 거론하며, 그녀가 몇 년 전에 앓았던 병이나 사귀었던 남자 등에 관한 사적인 정보를 두루 알게 됐다는 글을 남겨 놓았다. 다른 회원이 어떻게 알았냐고 꼬리말을 달자, 그는 그 기상캐스터가 자주 쓰는 아이디(ID)를 구글 사이트에서 검색했더니 그녀가 수년 전 가입했던 사이트 이름과 썼던 글 등이 모조리 검색 결과물로 나왔다고 답했다.

나는 그 글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ID는 중복을 피하기 위해 주로 나만 쓸 수 있는 독특한 문자나 숫자를 조합해 만든다. 따라서 ID는 이름보다도 더 정확히 자신을 지칭할 수 있는 수단이다. 특정인의 ID를 검색어로 활용, 그 사람의 모든 인터넷 행적을 뒤지는 것은 엄청난 스토킹이자 심각한 범죄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검색할 수 있어 다른 개인정보 추적보다 훨씬 손쉬우며, 따라서 더욱 위험하다.

남의 사생활을 캐내는 일도 잘못된 행태지만 그 내용을 만인이 볼 수 있는 사이트에 게재해 여러 사람에게 알리는 것은 더욱 삼가야 한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그에 걸맞게 인터넷에서도 타인의 사생활을 존중하고 지킬줄 아는 성숙한 네티즌 의식이 필요하다.

차다혜 서울 성북구 장위1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