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우병 국내대책 '소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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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에서 유통 중인 쇠고기는 안전한가."

이 질문에 1백% '예'라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광우병 자체가 원인과 감염 경로가 완전히 밝혀진 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대책은 수백만분의 1의 확률에 대비해 이뤄져야 하는데 정부 대책이 미온적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만일의 가능성에 대비해 현재 유통 중인 미국산 쇠고기와 부산물을 적극적으로 회수하고, 미국산 쇠고기를 한우로 속여 판매하는 행위를 집중적으로 단속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적극 대처 시급=정부는 현재 시.군.구 공무원을 동원해 시중에서 유통 중인 미국산 소의 머리.내장.척추 뼈 등에 대한 봉인 작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는 판매금지 조치를 지키지 않은 업체에 대한 처벌이 어렵다. 정부는 강제 회수 조치에 응하지 않는 업체를 제재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축산물가공처리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또 유통업체뿐 아니라 음식점들이 원산지를 속여 파는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한 '식품위생법'개정안도 지난해 10월 의원입법으로 국회에 제출했으나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

농림부는 "정부가 강제로 미국산 쇠고기 관련 제품을 회수하면 업체들이 미국 수출업체에 반품해 받을 수 있는 보상을 못 받고, 지나친 불안감을 조성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농림부가 추진해 온 광우병 예방 대책들도 한발 늦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농림부는 수의과학검역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광우병 검사를 내년부터 9개 도에서도 검사할 수 있도록 32억원을 예산에 반영했으나 정작 미국에서 광우병 의심 소가 발견된 뒤에 실행하게 됐다. 방역 전문가들은 "개방이 확대되면서 검역 및 방역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방역청 등을 신설해 일원화된 방역 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림부 관계자는 "국제수역사무국의 기준대로라면 우리나라는 한해 도축되는 소 중 99건만 조사하면 되지만 올해 이미 1천38마리를 조사했다"며 "한우의 안전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우병 전문가인 한림대 의대 김용선 교수는 "미국이 우리나라 경제에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국가이긴 하지만 방역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다른 나라와 똑같이 대응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金교수는 "지나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급 대응=국내 쇠고기 소비량 중 한우가 차지하는 비중은 36%에 불과하다. 농림부는 쇠고기 공급 부족에 대비해 호주산 쇠고기 등으로 수입선을 넓힐 것을 업계에 권유하고 있다. 현재 한우의 재고가 2개월치 정도는 있어 당장 수급에 문제가 없지만 수입산 쇠고기를 먹는 소비층과 한우를 먹는 소비층이 완전히 갈리는 점이 문제다. 농림부는 수입산 쇠고기를 주로 이용하던 소비자들은 한우보다 돼지고기를 주로 구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들이 수입 쇠고기→돼지고기→닭고기로 옮겨가는 소비 패턴을 보이면 평년보다 10% 이상 떨어져 있는 돼지고기 가격과 폭락한 닭고기 가격을 끌어올릴 수도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당장은 전반적인 소비 감소로 한우 가격이 떨어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filich@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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