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여론조사 공표금지조항 폐지를|김재희<광주시 북구 용봉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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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며칠 전에 미국 대통령 후보들의 텔레비전 토론 광경을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텔레비전 토론의 결과에 대한국민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것도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나라의 대통령 선거법에서는 이러한 행위에 대해 금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대통령선거법 제65조에는「선거에 관하여 당선되거나되지 아니함을 예상하는 인기투표나 모의투표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언론출판의 자유와 국민의 선거권을 침해하는 위헌조항으로 당연히 개정되어야 마땅하다. 이러한 규정은 국회의원 선거법 제76조 1항에도 있는데「누구든지 선거에 관하여 정당에 대한 지지도나 당선 인을 예상하게 하는 여론조사(인기투표나 모의투표)결과를 선거인이 알 수 있도록 공표 하여서는 안 된다』고 하고 있다.
특히 우리 나라 대통령선거법 제65조의 여론조사 결과공표금지 조항이 어떻게 하여 생겨나게 되었는가하는 배경을 알게 되면 개정의 절실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조항은 5·16군정의 최고회의에 의해 처음 제정되었는데, 그 이유가 유권자들이 알 것을 다 알면 군사정권에 표를 던질 사람이 없다는 우민화 정책의 일환으로 지금까지 30여 년 동안 그대로 존속되어 왔었다. 그리고 세계의 주요 민주주의 국가 19개 중 벨기에만이 우리 나라와 같이 여론조사 금지 조항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 얼마나 비민주적인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한국 신문편집인협회는 지난 8월 11일 대통령선거법 제65조 여론조사 및 그 결과의 보도금지 규정에 대해 위헌조항이라고 지적하여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했었다. 그런데 8월 7일부터 가동된 국회정치관계법 개정심의 특별위원회에서도 논의를 하여 여론조사는 허용하되 선거 공고일 부터 투표일까지(29일간)는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 할 수 없도록 여야가 합의하여 이번 정기국회에서 거의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 남은 것은 헌법재판소의 양심적인 결단만이 남아 있다.
다행히 헌법 재판소가 소원심판 청구에 대한 심리를 시작했다고 하니 정치관계법중 대통령선거법의 비민주적인 내용에 대한 어떠한 심판이 내려질지 많은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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