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플루토늄 운반선/26일 프랑스항 출발/세계각국이 촉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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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 속마음에 의혹의 눈길 동남아각국/충돌 등 사고땐 엄청난 피해 항로 주변국
핵연료용 플루토늄을 선적한 일본의 아카스키호(3천8백t급)가 이달 26일 프랑스의 셰르부르항을 출발할 예정으로 전해지자 이 배의 영해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각국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아카스키호가 지난 8월 일본을 떠날 때부터 추적해온 국제환경보호주의단체 그린피스는 23일 이 배가 프랑스를 출발할 준비를 끝냈다고 발표했다. 같은날 일본에서는 세계각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장기간 플루토늄 수입이 불가피하다는 일본정부의 연례보고서를 공식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일본이 오는 2010년까지 영국과 프랑스에서 플루토늄 30t을 도입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에 도입되는 플루토늄 1t은 내년 3월부터 가동될 고속증식로(FRB)의 연료로 사용된다.
일본의 플루토늄수입에 대해 과거 일본의 침략을 겪었던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일본의 저의가 핵무장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일본의 플루토늄도입이 평화적 목적에 있다 하더라도 현재 아시아 각국에서 군비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때 핵확산을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아카스키호의 예상항로 주변국가들의 우려는 항해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충돌이나 화재,테러리스트에 의한 플루토늄 탈취 가능성이다. 일본도 이런 가능성을 예상,이 배의 항해에 관한 모든 정보를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다.
아카스키호의 예상항로로는 ▲카리브해를 거쳐 파나마운하 통과 ▲남미최남단인 케이프 혼을 도는 항로 ▲남아공의 희망봉을 돌아 말래카해협 통과,아니면 뉴질랜드를 우회하는 항로 등이 꼽힌다. 그린피스는 이중 남미 최남단의 케이프 혼을 돌아오는 항로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예상항로에 인접한 국가들은 한결같이 이 배의 영해통과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특히 유력 항로로 꼽히는 케이프 혼 주변국가인 칠레·아르헨티나·브라질·우루과이 등은 이 배의 2백해리 경제수역통과까지도 금지시켰다. 말래카해협 주변국인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싱가포르 등도 공식적으로 항해금지경고를 한 바 있다.
일본도 각국의 반발과 테러조직의 탈취가능성에 대비,35㎜ 및 25㎜포와 2대의 헬리콥터,수중 및 항공레이다 등 첨단시스팀을 장착한 일본해상보안청 소속 시키시마호(6천5백t급)를 호위함으로 보냈으며,아카스키호의 일본도착까지 프랑스 잠수함이 뒤따르고 미국첩보위성이 24시간 항로를 감시하도록 했다.
또 화재나 충돌의 사태에 대비,플루토늄 용기를 해저 3만m의 수압과 섭씨 1천도의 고온에서도 1시간30분이상 견딜 수 있도록 특수제작했다.
이런 안전장치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가들이 아카스키호의 영해통과를 반대하고 있는 이유는 만일의 경우 그 피해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항해중 화재나 충돌로 플루토늄이 유출되기만 하면 주변해역은 장기간 환경재난을 피할 수 없다. 플루토늄의 방사선 반감기는 2만4천년이다. 또 테러리스트들에게 플루토늄를 탈취당할 가능성도 무시못한다. 플루토늄 1t은 나가사키(장기)에 투하된 원자폭탄을 1백20개나 만들 수 있는 양이다.
한편 아카스키호의 항로와 별로 관계가 없는 미국과 캐나다 등은 일본의 플루토늄 도입에 대해 묵인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어 당사국과 관계가 적은 나라들간의 태도도 서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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