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위기를기회로] 매출 40억 제주오렌지 공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11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시 한남리 ㈜제주오렌지 공장. 자동화 공정 라인에서 초콜릿이 떨어지기 무섭게 제품을 분류, 포장하는 종업원들의 손놀림이 바쁘다. 연간 4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이 회사 곽경남(50) 대표는 생산라인을 오가며 혹시 생길지 모를 불량을 찾느라 여념이 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시장이 개방되더라도 우리 맛을 살린 차별화한 제품을 개발하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제주도에서 감귤을 재배하는 농민들은 요즘 한.미 FTA 체결로 걱정투성이지만 곽 사장은 정반대다. 그는 오히려 감귤 초콜릿을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사업 구상에 한창이다. 그는 감귤과 초콜릿을 결합한 '감귤 초콜릿'이라는 가공식품으로 감귤시장을 지키고 해외시장 개척도 노리고 있다.

곽 사장은 "농산물을 생산해 팔기만 하는 수동적인 자세로는 개방의 파고를 넘을 수 없다"며 "농산물을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노력을 통해 개방을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밤샘 연구로 기회 찾아=제주에서 나고 자라 부산에서 대학을 나온 곽 대표는 부산에서 하던 무역업을 그만두고 1999년 고향에 정착했다. 당시 감귤농사가 풍년이 되면서 감귤값이 예년의 절반으로 곤두박질쳤다. 답답한 현실을 고민하던 그는 우연히 감귤밭을 지나다 묘안이 떠올랐다.

"누구나 좋아하는 초콜릿에 비타민 덩어리인 감귤을 더하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그는 제주대 식품영양학과 연구진을 찾아가 무작정 매달렸다. 서울과 부산에 있는 초콜릿 제조업체도 찾아갔다. 제주대 연구진은 "황당한 얘기 그만 하라"고 손을 저었다. 초콜릿업체에서는 그의 말을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거의 매일 제주대를 찾아가 설득했다. 그의 의욕에 질린 대학은 결국 연구실 구석에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그는 매일 밤을 연구실에서 새웠다.

제주대 연구원들과 실험을 반복한 그는 1년 만에 감귤농축액을 영하 30도 이하의 냉동상태에서 분말로 만드는 냉동동결건조법을 개발했다. 이 감귤분말을 초콜릿 사이에 샌드위치 형으로 끼워넣었더니 새로운 맛의 상품이 탄생했다.

그는 자신의 돈과 은행대출금으로 종자돈을 만들어 2001년 공장 문을 열었다. 시기도 적중했다. 마침 제주도는 오렌지 수입개방 파고에 맞서 감귤 가공산업에 눈을 돌리던 때라 보조금까지 받을 수 있었다.

◆끊임없는 신상품 개발=그는 2001년 '감귤 초콜릿'을 세상에 알렸다. 감귤의 상큼한 맛과 초콜릿의 달콤한 맛이 어우러져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그해 4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40억원 매출을 내다보고 있다.

그의 성공 비결은 끊임없는 신상품 개발이다. 감귤 초콜릿의 인기 여세를 몰아 1년 단위로 녹차.백년초(손바닥 선인장).파인애플.알로에.복분자 초콜릿을 시장에 내놨다.

그는 100% 제주도 농산물만 쓴다. 지난해 이 회사가 제주산 농산물 구매 비용으로 쓴 돈은 7억원. 판로를 걱정하던 농가는 걱정을 덜었고, 그는 맛있는 초콜릿을 만들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었다. 그는 한.미 FTA 협정이 체결된 순간 자신이 더 생겼다. 특유의 새콤한 맛을 내는 감귤 초콜릿은 세계 어디에서도 흉내 낼 수 없다는 자신감이다.

제주=양성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