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V『생방송 여성』진행|신경정신과 전문의 이나미 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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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우리 나라 여자들은 자기를 표현하는 법을 제대로 못 배워서 마음의 병을 얻게되는 경우가 많아요.』지난 10일부터 KBS-1TV의 여성문제 토론프로『생방송 여성』의 진행을 맡은 신경정신과 전문의 이나미씨(31)는 우리 나라 여성들의 병명을「벙어리 냉가슴 앓이」로 진단한다.
『거리에 넘치는 초미니 차림의 젊은 여성들을 보고 무슨 소리냐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최근의「미니바람」은 정서적인 면에서 자기표현의 출구가 절대 부족한 여성들이 우리문화 풍토에 대한 집단반발로서 보여주는 노출증의 성격이 강한 것 같아요.』
같은 여자로 막힌 여성들의 가슴을 뚫어주는 일을 하는 것이 오래 전부터의 바람이었다는 그녀.
그래서 바쁜 검사남편의 아내, 두 아들의 엄마, 종합병원의 의사로 쫓기는 1인 3역의 생활 속에서도 그녀는 쇄도하는 여성문제 상담 원고청탁이나 방송출연을 거절한 적이 없다. 올1월에는 수필집『여자의 허물벗기』를 냈다.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상처받은 여성의 심리를 묘사하는 소설도 썼다. 그 소설 중 가정에서 소외된 중년여성의 자기 찾기 과정을 그린 단편「물의 혼」은 올7월『문학사상』신인상을 받기도 했다.
그녀의 방송경력 또한 다채롭다.『생방송 여성』의 진행을 맡기 훨씬 전인 지난 7월부터 라디오 평화방송『행복이 가득한 곳』의 「여성의학칼럼」코너를 고정으로 맡아 왔고KBS-lTV『여의도 법정』의 참고인,『생방송 여성』의 전문연사 등으로 자주 방송출연을 해왔다.
『TV프로의 진행은 처음이에요. 아직 진행자로서의 기본기가 부족해 힘들지만 한꺼번에 많은 여성들을 상대로 얘기할 수 있는 방송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어요.』
현재 용인병원 의사로 근무하면서, 또 모교인 서울대 의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그 많은 원고청탁과 방송출연을 거뜬치 해치우는 그녀의 활동력에 주위에서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러나 그녀 자신은 요즘 들어 조금씩 지치는 것 같다고 한다. 궁리 끝에 다니는 병원을 그만두고 내달 양재전철역부근에 의원을 개업키로 했다고 한다.
『개업해서 시간이 많아지면 소설을 열심히 써 볼 생각이에요. 능력이 되면 마르셀 프루스트의「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같이 심리묘사가 탁월한 장편을 한편 남기고싶어요.』
그녀의 생활에는 찾아서 취미생활을 할 정도의 시간이 없다. 그래서 간혹 여유가 생기면 TV연속극을 보거나 5세 때부터 배운 피아노를 둥당 거리는 게 취미라고.

<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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