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도 '풍선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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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주택담보대출이 막히자 신용대출이 늘어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대출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올 들어 금융감독당국이 주택담보대출에 대해 규제를 크게 늘리자 돈줄이 막힌 가계의 대출 수요가 신용대출로 옮겨간 것이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고금리인 신용대출을 받는 사람이 늘면서 가계의 이자 부담도 그만큼 늘어나게 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은 부동산 관련 규제 효과로 1조2000억원이 줄어 두 달 연속 감소했다. 그러나 가계대출은 4월과 5월에 각각 1조3780억원, 1840억원 늘었다. 같은 기간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 신용대출이 3조원 가까이 불어났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 등 각종 기념일이 많아 5월엔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 신용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올해는 '기념일 효과' 전인 4월에 신용대출이 이미 큰 폭으로 늘어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명절이나 기념일이 없는 4월에 신용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신용대출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로 돈을 굴리지 못하게 되자 중소기업대출과 신용대출을 대폭 늘려왔다. 신용대출이 늘면서 고객은 이자 부담이 커지고 은행은 연체율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시중은행의 직장인 신용대출은 신용등급이 가장 높다 해도 금리가 연 6% 중후반이다. 등급이 나쁘면 두 자리대 이자를 물어야 한다. 은행도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안전한 주택담보대출 대신 중기대출과 신용대출을 늘리면서 점차 낮아지던 연체율이 다시 높아지는 추세다. 중기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1%까지 떨어졌으나 3월엔 1.2%로 0.02%포인트 높아졌다. 가계대출 역시 연말 0.7%까지 떨어졌으나 올 들어 오름세로 전환해 3월에 0.8%를 기록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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