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곤소곤 연예가] '신화' 6명 중 누가 최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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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을 고르자니 동완이가 울고, 전진을 택하자니 민우가 눈에 밟힌다…."

이런 행복한 고민만 하고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다섯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지만 연예가에서 한 그룹의 팀원 모두가 인기를 얻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보다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런 공식을 비켜간 그룹이 있었으니, 바로 남성 6인조 신화다. 가수 '신화'가 아니라 각자의 이름으로 개별 활동하고 나서 오히려 주가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가수 '비'에 이어 최근 드라마 '나는 달린다'(MBC)에서 새로운 매력을 과시한 '에릭'. 지난 학기 장학금도 탔다는 팔방미남 에릭은 탄탄한 몸매와 반항기 어린 눈빛도 예사롭지 않았지만, 단 한번도 연기수업을 받아본 적이 없다는 그의 수줍은 말에 기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더욱 기막힌 사실은 단 한번의 오디션으로 당당히 미니시리즈 주연을 거머쥐었다는 것이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지만 연예가는 애인 따라 인생이 바뀌기도 한다. 탤런트 박용하와 전 SES 멤버 유진은 서로 가수와 연기자로 변신에 성공한 사례. 에릭도 한때 최고 여배우 김희선의 애인이라는 이력이 이번 연기변신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그런가 하면, 남성적인 이미지의 대명사 '신화'에 근육질 울보도 있다.

함께 슬픈 영화나 어려운 사람들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제일 먼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는 남자, 눈이 가장 큰 김동완이 그 주인공이다. 해마다 수재민 모금이 시작되면 스태프가 연락하기 전 제일 먼저 달려와 성금 내는 것은 기본. 얼마 전엔 다른 멤버들 모르게 '사랑의 리퀘스트'(KBS)에 3천만원을 기증했다 하여 매니저를 다그쳐 봤다.

"그럴 땐 팀 이미지 차원에서 회사 공금으로 처리하죠?"

"아니에요. 동완이 개인 돈으로 냈는걸요."

3천만원은 20대 청년에겐 큰 돈. 그렇다면 무언가 특별한 계기가 있지 않았을까 하여 며칠 졸라댔지만 한창 영화 촬영에 바쁜 그에게선 '그냥요…'라는 소박한 한마디밖에 들을 수 없었다. 결국 측근의 제보를 통해 캐낸 정보에 의하면 연예가 마당발 김동완은 여기저기 빌려준 돈 떼인 적이 부지기수. 친구도 잃고 돈도 잃고… 그럴 바엔 차라리 정말 어려운 이웃을 도우리라 마음먹었던 것. 남달리 어려웠던 유년시절이 오늘날 그를 남의 어려움을 돕는 착한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 밖에도 방송국에서 인사 잘하기로 소문난 전진, 하마터면 HOT 멤버가 될 뻔한 '논스톱4'(MBC)의 능청스런 고시생 앤디, 눈웃음에 만년설도 녹이는 남자 신혜성, 제일 늦게 시작했지만 무한질주가 기대되는 민우. 그동안 이들을 만나기 위해 이리저리 채널을 돌렸다면 새해에는 여섯 명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진다. 콘서트와 새로운 음악으로 2004년을 준비하는 그들의 땀이 애프터셰이브 향기처럼 느껴지는 이 겨울. 따로 또 같이 있어도 좋은 이들, 신화는 멋있었다.

이현주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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