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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친구 같은 도심의 휴식처 삼청동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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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집마다 밥집마다 사람은 북적이고, 평일에도 좁은 도로로 자동차 행렬이 밀려든다. 예전 같은 고즈넉함은 간데없다. 투덜대면서도 발걸음은 또다시 삼청동이다. 청담동에 물들었다는 애정어린 눈흘김도 있지만, 삼청동길에는 여전히 소박하고 푸근한 매력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목가적 분위기가 가득한 삼청동 가게들. 2. 티 전문점 ‘지금여기’의 2층은 차 박물관으로 꾸며져 있다.


이탈리아 레스토랑 ‘르 쁘띠 끄루’

불투명 유리로 창을 틔운 노출 콘크리트 건물이 나지막한 옛집 사이에서 도드라진다. ‘갤러리 사간’이 이전한 몽인아트센터 3, 4층에 자리한 레스토랑 ‘르 쁘띠 끄루’. 파스타와 스테이크 등 이탈리안 요리와 타파스를 주 메뉴로 한다. 스페인에서 전채로 먹는 ‘작은 요리’ 타파스를 이탈리아식으로 변주했다. 레몬과 최고급 올리브로 맛을 낸 전복(1만5000원), 포트와인 소스의 거위 간(1만5000원) 등 고급 식재료로 근사한 요리를 차려낸다. 앤티크 가구와 빈티지 소품이 어우러진 실내는 고급스럽고, 복도를 중심으로 분리된 공간은 비즈니스 모임에도 손색없다.
3만원대에서 시작하는 와인은 물론, 뵈브클리코 옐로 레이블(6만1000원), 돔 페리뇽 1999년산(17만3000원) 등 샴페인 가격이 서울에서 비교적 저렴한 수준이다. 02-722-0650

‘지금 여기’의 샌드위치. 간단한 요깃거리로 적격이다.

‘지금 여기’의 샌드위치. 간단한 요깃거리로 적격이다.

3층 3색 카페 ‘지금 여기’

찻길을 비껴 한 골목 뒤로 자리한 3층 3색을 지닌 카페다. 여느 찻집과 같은 1층을 지나 2층에 오르면 오래된 다기를 전시한 차 박물관이, 3층에는 시원한 테라스가 펼쳐진다. 차 박물관을 갖춘 카페답게 다양한 허브티를 갖췄다. 특히 8가지 허브를 혼합한 ‘유기농 펀 티(Organic Fun Tea)’ 는 맛도, 향도, 재미도 있다. 입안 가득 퍼지는 청량감이 감기 기운을 뚝 떼주는 ‘콜록콜록 그만’, 달콤하고 향긋한 ‘삼청동 로맨스’ 등 퓨전 허브티는 이름부터 궁금해진다. 샌드위치와 궁중 떡볶이 등 간단한 스낵은 유기농 재료로 만들어 깔끔하고 담백하다. 독일인 쉐프가 이름을 걸고 만드는 ‘쉐프 코니의 뚱보소시지’(1만4000원)는 기름지지 않고 두툼해 씹는 맛이 일품이다. 테라스에 앉아 소시지 안주에 시원한 맥주 한잔, 바로 이 맛이다. 02-733-7902

중국식 만두 가게 ‘톈진 바오즈’

손님을 봐도 무반응, 한국말이 안 통하는 중국인 아주머니에게 간신히 손짓 주문을 하고도 만두를 맛보려면 또 한참이다. 그렇다 해도 이 만두집만은 ‘오케이’. 가격 대비 맛의 수준은 어떤 칭찬도 모자랄 지경이다. 서태후가 반했다는 중국 톈진 지방의 만두를 ‘엄마 같은 만두의 여왕’이 빚고 쪄낸다. 메뉴는 고기만두(3000원), 부추야채만두(3000원), 삼선해물만두(4000원), 야채지짐만두(4000원). 쫄깃하고 도톰한 만두피를 한 입 베어물면 만두소와 함께 터져나오는 육즙이 제대로다. 돼지고기를 갈아 소를 채운 고기만두는 누린내 없이 “맛있다”는 감탄사만 나온다. 풋풋하고 향긋한 부추를 꽉 채워 한 쪽만 노릇하게 지져낸 야채지짐만두가 가장 인기다. 재료가 떨어지면 마감한다. 02-739-6086

글루미족을 위한 카페 ‘커피방앗간’

당신이 ‘글루미족’이라면 ‘강추’한다. 구석진 1인용 테이블에 콕 처박혀 향긋한 커피 한 잔이면 모자랄 것이 없다. 나무에 연둣빛 점을 찍은 간판이 싱그러운 ‘커피 방앗간’. 방앗간답게 매주 생두를 볶아 정성스레 핸드드립한 커피를 낸다. 사람 손을 타서 그런지 커피 맛이 깔끔하고 더 깊다. 커피에 벨기에 와플(8000원)이나 파니니 샌드위치(6000원)를 곁들이면 식사 한 끼로 너끈하다. 와플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폭신폭신한 것이 반죽 내공이 보통을 넘는데, 그래서 메뉴판에 ‘신들린 매니저의 맛’이라고 자랑했나 싶다. ‘열라열라 맛있는 파니니’는 이름과 다르게 호밀식빵으로 만들었다. 누구나 만드는 샌드위치지만 신선한 재료를 아낌없이 채워넣어 만족감도 포만감도 빵빵하게 채워준다. ‘새침떼기 그녀의 맛 키위주스’ ‘마셔보면 깜짝 놀라는 바나나 우유’ 등 이름부터 구미를 당기는 생과일 주스는 6000~7000원. 커피는 4000~6000원. 02-732-7656

3. 알록달록한 색깔과 다양한 무늬가 눈에 띄는 ‘아나’의 남자 트렁크. 4. 남성패션 매장 ‘말배추’에선 개성있고 감각적인 구두를 찾을 수 있다.

셀렉트 숍 ‘수집장(守集張)’

한자는 다르지만 가게 이름 그대로 많이도 모아놨다. 편집매장이라지만 가게 넓이만큼이나 아기자기한 디스플레이가 친구 방을 구경하는 듯한 느낌. 디자이너 주인장의 ‘작품’부터 꼼데가르송, DKNY 등 수입 브랜드까지 두루두루 갖췄다. 좁은 매장 한가운데 놓인 테이블엔 면 티셔츠들이 둘둘 말려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엔 귀고리ㆍ벨트ㆍ입냄새 제거 캔디까지 있어 아이템은 종류 불문. 작은 공간이라 쓱 보고 나가기 쉽지만 테이블 옆, 바닥까지 물건이 있어 마치 보물찾기하듯 천천히 봐야 한다. 철 지난 겨울 스웨터, 가죽 점퍼 등은 세일 중. 제품 하나하나에 주인장 설명이 자세하고 친절하다. 면 티셔츠 4만~5만원대, 구두 10만원대. 02-737-0731

일본 브랜드 수입 매장 ‘아나’

온통 ‘닛폰필’이 가득하다. 처음엔 주인도 일본인인 줄 알았다. 일본 브랜드를 수입해 파는 부산 매장이 서울 삼청동에 진출했다. 튀고 또 튀는 꽃무늬 망사 레깅스, 물방울 무늬가 귀여운 장화 같은 아이템이 먼저 눈길을 끈다. 무난히 입을 만한 것을 찾는다면 우리나라에는 수입되지 않은 일본판 리바이스 얼진 청바지(10만원대)를 시도해 볼 만하다. 특이한 문양, 잘빠진 원색의 남자 트렁크(2만9000원) 30여 종은 선물용으로 압권. 가방ㆍ신발 같은 잡화는 기본이고 얼굴 잔털 제거용 미용도구, 일본차까지 판다. 2주마다 물건이 새로 들어온다. 02-3210-4972

남성전문 셀렉트 숍 ‘말배추’

그냥 지나칠 뻔했다. 음식점이 있나 해서 올라간 계단에 남성 전문 편집매장이 숨어 있었다. 동대문ㆍ이태원이 번잡스러웠거나 ‘왜 여자 옷 디자인의 남자 옷은 없지’라고 불만이었던 남자라면 꼭 와볼 만하다. 여성들에게 유행인 반짝이 면 티셔츠부터 핀턱 셔츠, 과감한 프린트 티셔츠 다양. 리본 달린 셔츠를 발견하고는 슬며시 웃었다. 또 남성 옷을 즐겨 입는 여성이라면 S사이즈가 있어 잘 맞을 듯하다. 면바지 4만원대, 티 2만원대, 셔츠 5만~8만원 대다. 구두ㆍ모자ㆍ벨트 등도 조금씩 튀는 디자인이 많고 유리장 안에 들어있는 옷을 고를 땐 미술품을 보는 듯하다. 함께 운영하는 인터넷쇼핑몰(http://www.horsecabbage.com)도 인기 수위에 올라 있다. 02-730-5509

구두ㆍ스타킹ㆍ안경 가게 ‘컴 쉬 윌’

로드숍에 익숙해져 지하까지 내려가기 살짝 귀찮아질 테지만 슈즈홀릭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구두ㆍ스타킹ㆍ안경이라고 쓰인 직설적 간판을 보고 계단을 내려가면 갤러리 같은 확 트인 공간이 나온다. 한쪽 벽 전체로 해외 브랜드 스타킹이 시원시원하게 걸려 있어 고르기 쉽고, 가운데엔 플랫슈즈만, 오른쪽엔 하이힐과 선글라스가 깔끔히 정리돼 있다.
지금까지 내 맘에 꼭 드는 플랫슈즈가 없었다거나 외국 여행 때마다 스타킹이 쇼핑 아이템이었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러볼 것. 구두 디자이너인 주인이 발 모양, 스타일에 맞게 추천도 해준다. 선글라스는 일본에서 수입하거나 남대문 터줏대감 매장에서 발품을 팔아 구한다. 오픈토 구두 10만원대, 스타킹 2만원대. 02-772-9912

이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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