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중심 대학”이 목표/내부개혁 초점맞춘 서울대 쇄신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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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나눠먹기식 연구비도 종합관리해 차등배분
14일 발표된 서울대의 「학사운용 쇄신방안」은 서울대가 87년 발표한 「2000년대를 향한 대학 장기발전 계획」이 좀더 구체화되어 나온 것이다. 서울대는 장기계획의 실행이 부진한 이유가 정부의 재정지원 부족 등 외적 요인뿐만 아니라 내부의 쇄신 노력이 부족한데도 있다는 진단에 따라 이 방안에서는 내부개혁쪽에 초점을 두었다. 지난 5월 대학운영 전반에 걸쳐 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해 마련된 이 방안은 교수강의 및 연구평가제 시행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해 학사운영에 있어 내실을 기하고 연구중심 대학·대학원 중심 대학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장 핵심이 되는 교수강의 및 연구평가제는 지난 7월 전국 대학 총·학장회의에서 도입이 거론되다가 시기상조론이 우세해 무산된 것으로,현재 대학으로는 포항공대가 유일하게 실시하고 있으며 서울대 자체에서도 공대가 부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대의 복안은 우선 교수사회의 정서 등을 고려해 연구업적에 대한 평가만 실시하고 결과를 보아 강의평가로까지 확대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학과나 단과대별로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정기적으로 교수들의 논문·저서·서평·번역·세미나 참가 등 학술활동 전반에 대한 평가를 매기고 이를 토대로 승진이나 포상,연구비 지급에 차등을 둔다는 방침이다.
이는 포항공대가 현재 매학기말 학생들에게 설문지를 나눠주고 교수들에 대한 강의를 평가토록 하며(결과는 비공개),국내외 저명학술지 등에 실린 논문 수 등 학과 주임교수 책임아래 연구평가를 실시,호봉승진 등의 주요 자료로 활용하고 있는 것에 비해 다소 미흡하기는 하나 서울대 교수사회의 보수성과 서울대가 대학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볼때 「획기적」인 결단이라고 할 수 있다. 또 학사과정 개편과 관련해 서울대는 현재 학부에서의 학과가 유사한 학문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세분화되어있어 대학원 중심 대학을 지향하기에는 학부과정에서의 「기본기」 습득이 너무 미약하다는 지적에 따라 유사학과들을 통폐합해 학부별 모집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학부별 모집은 소계열별 모집으로 학생을 받아들여 그대로 졸업시킨뒤 대학원 과정에서 세부전공을 나누는 방식으로 1학년 또는 1,2학년까지 같이 배운뒤 3학년부터 학과가 결정되는 계열별 모집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제도다. 서울대는 이와 함께 학사과정에서의 강좌가 지나치게 전공위주로 되어있어 폭넓은 교양을 쌓는데 미흡했다는 지적에 따라 다양한 교양강좌를 개발·운영하고 특히 「고전」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이수학점의 비중도 높인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학사업무 전반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전문가들로 「대학심사분석위원회」를 구성,대학 각 기관에 대한 정기업무평가를 실시하고,나눠먹기식으로 되어있던 연구비를 대학본부나 단과대학에서 종합관리해 차등배분하는 등의 대학구성원간 경쟁체제를 강화한 것도 주요한 특징이라 할 수 있다.<윤석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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