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가습격 4명 살해/아내도피 앙심 장인·장모·아내·딸 참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50대 전과 23범… 4년전 장모살해기도로 복역도
장모를 살해하려한 혐의로 4년간 복역하고 나온 50대 남자가 부인이 처가로 달아난데 앙심을 품고 새벽에 술에 취해 처가에 침입,손도끼로 장인·장모·부인·딸 등 4명을 살해하고 아들에게는 중상을 입혔다.
경찰은 범인이 현장에 『죽어 귀신이 되더라도 처가식구들을 모두 죽여버리겠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을 발견,연고지를 추적한 끝에 12일 오전 10시35분쯤 고향인 충남 서천군 마서면 아버지 묘소 부근에서 음독해 의식불명상태인 범인을 검거했다.
◇발생=12일 오전 1시30분쯤 서울 공릉2동 1053 한도연립주택 21동 201호 여영균씨(75)집에 여씨의 사위 최오림씨(50·포장마차주인·서울 대조동)가 손도끼를 들고 들어가 잠자던 장인 여씨·장모 한천순씨(74)·부인 여명자씨(50)·딸 혜숙양(17·여고1) 등 4명의 머리·온몸을 내리찍어 모두 살해한뒤 달아났다.
최씨는 아들 연군군(15·중2)도 살해하려 했으나 도끼가 빗나가 연군군은 온몸에 상처를 입고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
연군군은 『잠자던중 갑자기 다리에 통증이 느껴져 눈을 떠보니 술에 취한 아버지가 손도끼로 내 다리를 내리찍고 있었고 방안에는 어머니·누나가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범인 최씨는 아들이 비명을 지르자 『모두 죽여버리겠다』고 말한뒤 현관문을 통해 달아났다.
◇현장=숨진 여씨 부부와 범인 최씨의 부인·딸은 모두 왼쪽 머리를 도끼에 찍힌채 각각 안방·건넌방에 쓰러져 있었다. 부인 여명자씨는 머리 외에 배에도 4∼5차례 찔린 상처가 있었다.
경찰은 숨진 여씨 등이 똑같이 머리부분에 상처를 입었고 반항 흔적이 없는 점으로 미루어 범인 최씨가 새벽에 베란다를 통해 들어가 잠자던 가족들에게 도끼를 휘두른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는 범행후 충남 서천군 마서면 아버지 묘소를 찾아가 음독,신음중인 것을 경찰이 발견해 서천읍 서해병원으로 옮겼다.
◇범행동기=범인 최씨와 숨진 부인 여명자씨는 76년 결혼했으나 최씨가 교도소를 23차례나 드나들어 가정불화가 잦았으며 이혼·재결합을 되풀이해왔다. 최씨는 88년에도 장모를 도끼로 살해하려다 구속돼 지난 3월 만기출소했으며,부인과 재결합해 6개월간 포장마차를 운영하다 잦은 불화로 부인이 9월초 아들·딸을 데리고 처가로 도피했었다.
최씨는 지난 추석때 처가를 찾아갔으나 처남들과 난투극을 벌인뒤 『모두 죽여버리겠다』고 말해왔다는 것이다. 최씨는 평소 『아내가 다른 남자와 정을 통하고 있다. 자식들도 다 필요없다』며 가족들에게 극도의 증오심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