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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세포로 줄기세포 만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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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윤리 논쟁을 빚어온 배아 줄기세포 대신 피부 세포를 이용해 장기를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의 3개 연구팀이 쥐의 피부 세포를 써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7일 보도했다. 이 연구 결과는 저명 과학잡지 '네이처'와 '셀-줄기세포'에 이날 실렸다.

이들의 연구가 인간에게 실용화하면 환자의 피부 세포를 채취해 인체에 거부 반응이 없는 심장.간.신장을 비롯한 장기를 별도로 만들어 이식할 수 있게 된다.

일본 교토(京都)대학의 야마나카 신야 교수팀이 개발한 이 방법은 4종의 특정 유전자를 바이러스에 심어 피부 세포에 주입하는 것으로, 4종의 유전자를 모두 흡수한 피부 세포는 줄기세포로 바뀌게 된다.

야마나카 교수팀은 줄기세포가 어떤 장기나 조직으로도 자랄 수 있게 해주는 '만능성'을 갖도록 하는 유전자가 있다는 사실에 착안해 4종의 유전자를 찾아냈다. 이 방법을 이용해 미국 화이트헤드 연구소, UCLA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연구팀이 피부 세포를 이용한 줄기세포 만들기에 나서 모두 성공한 것이다.

장기나 조직으로 키울 수 있는 줄기세포를 만들기 위해 지금까지는 체세포 복제 방식을 사용해 왔다. 난자의 핵을 제거한 뒤 다른 성체 세포에서 핵을 떼어내 난자에 넣는 이른바 핵 삽입 방식이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바로 이 방법을 사용했다. 그러나 자칫 인간 복제에 사용될 수 있는 데다 난자를 쓰기 때문에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한다며 종교계의 반발이 심했다.

새로운 기술은 핵 삽입 방식보다 비용이 훨씬 덜 들고 만들기 쉬운 데다 인간의 난자를 사용하지 않아 윤리적인 논쟁도 비켜갈 수 있다.

뉴욕 타임스는 하버드대 의대 데이비드 스캐든 교수의 말을 인용해 "생명 공학계에서 10년 뒤에나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엄청난 진보가 지금 성취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 측에서도 환영을 표했다.

미국국립보건원(NIH) 줄기세포 TF팀의 제임스 베테이 박사도 "이 연구가 실용화한다면 (윤리 문제를 이유로) 연방정부가 거부하고 있는 줄기세포 연구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체세포 복제 연구가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다며 2001년 8월을 기준으로 이미 만들어진 줄기세포로만 연구할 수 있도록 연구를 제한해 왔다.

영국.이스라엘.스웨덴 등은 체세포 복제 연구를 전면 허용하고 있으나 오스트리아.노르웨이 같은 나라는 이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한국에선 올 하반기부터 이를 제한적으로 허용키로 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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