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년 원사 생산… "팔팔하게 번창해라" 8월8일 준공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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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비단길」이라는 말에서도 나타나듯 과거 수세기에 걸쳐 동양의 비단에 대한 서양인들의 염원은 엄청났다.
대량의 거미줄을 모아 비단제조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기업이 있었는가 하면 옻나무의 수액이나 뽕나무를 갈아 섬유를 뽑아 내려한 사람 등등….
그러나 바로 이 같은 개발노력 때문에 20세기초부터「비스코스」「비닐론」「레이온」과 같은 합섬이 탄생했고 1937년에는 마침내 듀퐁사가 하버드대 강사였던 캐로더스의 도움으로 「나일론」을 최초로 탄생시켰다.
「나일론」이란 명칭은 종전의 비단 스타킹과는 달리『쉽게 해지지 않는다』(No Run)는 의미에서「nilon」으로 정했다가「neelon」을 거쳐「nylon」으로 확정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6·25 이후 일본에서 사업을 하던 이원방씨(코오롱그룹 창업주)가 나일론을 생산하던 미쓰이물산의 계열회사와 합작을 통해 한국 총판 계약을 따내고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였다.
나일론은 전정으로 헐벗던 국민들에게 큰 도움이 된 것은 물론 여성들을 삘래·다듬이질·꿰매기·풀먹이기·다림질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만드는 등 가위 혁명적인 결과를 낳았다.
이후 국내의 한다하는 재력가들이 일본으로 몰려가 나일론수입에 열을 올리기도 했지만 이씨는「국내자체의 나일론 생산」이라는 목표 아래 54년 국내 진출, 58년 코오롱의 전신인 「한국 나일롱」의 건립과 함께 대구에 가공처리 공장건립의 수순을 차근차근 밟았다.
각고의 노력 끝에 코오롱은 63년 원사까지도 자체 생산하는 단계에 올라『팔팔하게 사업이 잘돼라』고 8월8일을 공장준공식 날짜로 잡고 이날 박 대통령까지 참가한 가운데 섬유왕국의 기치를 올렸다.<이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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