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축구협회장|현대-대우 "신경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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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국내축구를 이끌어가는 대한축구협회 회장자리를 놓고 평소 불편한 관계에 있는 재계의 라이벌 현대와 대우가 한판승부를 불사할 태세를 보이고 있어 체육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우중(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이 지난달 21일 돌연 4년 가까이 맡아오던 축구협회장직을 내놓겠다고 발표하면서 이같은 난기류가 표면화되기에 이른 것.
당초 김회장은 임원개선이 있게될 내년2월 대의원총회까지 대학축구연맹 김창기(김창기)회장을 직무대리로 내세워 섭정체제를 계획했었다.
그러나 축구에 관심이 많은 정주영(정주영) 전현대그룹 명예회장의 6남 정몽준씨(정몽준·국회의원) 가 축구협회장에 관심을 표시함으로써 두 그룹간에 신경전이 뜨겁게 펼쳐지게 된 것이다.
현대측은 지난 26일 92프로축구 21주째 울산경기에 축구원로 44명을 초청, 간담회를 가진 뒤 축구협회살림살이 등을 조사해 가는 등 축구협회장직에 대한집념을 표시했다.
이에 자극 받은 김회장은 후임 축구협회장은 「현대인은 안 된다」는 강한 거부감과 함께 김창기 대학연맹회장을 후임 축구협회장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추대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는 오래 전부터 정몽준의원(현대중공업고문) 을 앞세워 「포스트김회장」에 대비한 준비작업을 해왔으며 정의원 스스로 언제라도 축구협회장직을 맡을 용의가 있음을 공공연히 내비쳐왔었다.
국민당 정책기획실장인정의원은 이미 양궁협회장직을 맡은바 있어 경기단체장취임이 결코 낯설지만은 않은데다 울산지역 조기축구회회장으로 축구에 대한 열의가 대단하다.
특히 바쁜 스케줄에도 불구, 프로축구 울산홈경기만큼은 빼놓지 않고 관전한다는 게 현대측 관계자의 귀띔.
더욱이 가친(가친)인 정주영(정주영) 국민당총재를 비롯한 정의원일가의 격려도 축구협회장 취임에 한몫 거들고 있은 것으로 알려져 정몽준의원의 축구협회 입성이 꽤나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는 중이다.
이에 따라 현대측은 내달대구에서 벌어지는 전국체전(10∼16일)이 끝나는 대로 임시대의원총회를 소집, 정의원의 후임회장추대작업을 매듭짓는다는 방침아래 은밀한 준비작업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차기 축구협회장을 놓고 벌이는 두 그룹간의 보이지 않은 줄다리기는 날로 첨예화될 전망이어서 자못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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