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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대운하 프로젝트는? 대선 승리 위한 야심 찬 플랜

중앙일보

입력

▶지난 5월 4일 열린정책연구원 주최로 국회도서관에서 경부운하 검증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경부운하 청사진이 처음 공개된 건 1996년 7월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다. 96년 당시 15대 국회의원이었던 이명박 전 시장은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물류 비용을 3분의 1로 줄일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한계에 달한 철도·도로 수송능력으로 서울~부산 간 운송비가 부산~LA 간 해상운송비보다 높다는 사실을 누가 믿겠느냐. 지금도 교통체증으로 연간 13조원이 넘는 경제손실이 발생하고, 매년 2조원씩 늘어나고 있다”며 “운하는 관광·레저 산업에도 이용될 뿐만 아니라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어렵다고 생각하면 어렵겠지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를 만들어 놓고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부운하’로 시작된 이 전 시장의 운하는 이후 ‘내륙운하’를 거쳐 현재는 ‘한반도 대운하’로 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대운하 사업에 ‘한반도’라는 명칭이 들어가게 된 것은 이 전 시장이 통일을 대비한 ‘북한운하’ 구상까지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대운하 사업의 전체 구상을 살펴보면 서울과 부산을 잇는 540㎞의 경부운하를 시작으로, 2차로 호남, 3차로 북한 압록강까지 연결하는 그림이다. 총 연장 378㎞의 호남운하는 영산강 하구와 금강을 거쳐 경부운하로 연결된다.

북한운하는 두 가지 연결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예성강과 대동강, 청천강을 이어 신의주까지 수로를 연결하는 방법과 임진강부터 예성강을 연결, 원산까지 수로를 연결하는 안이다. 남한 12개 노선에 총 2100㎞, 북한은 5개에 1000㎞로 총 17개 노선에 3100㎞에 달하는 대구상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경부운하 외에 호남운하, 북한운하는 구체적 내용이 나와 있지 않은 상태다.

이 전 시장은 2002년 서울시장이 된 이후 청계천을 복원해 일약 대선주자 반열에 올랐다. 이어 차기 사업으로 ‘서울~부산을 잇는 500㎞의 내륙운하를 건설하자’는 구체적 제안을 내놓는다. 그는 세종대학교 세종연구원의 자료를 토대로 경부운하 구상을 처음 시작했으며 이후에도 세종대학교 교수진을 중심으로 꾸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한반도 제2 도약 전기 될 것”

2006년 5월. 이 전 시장은 경부운하 사업을 대통령선거 제1 공약으로 선정하고 같은 해 9월 ‘한반도 대운하’ 구상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후보 측 핵심 프로젝트는 역시 1차적으로 건설할 경부운하다. 경부운하의 성공 여부에 따라 나머지 한반도 운하 건설의 키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경부운하는 총 연장 540㎞의 대수로를 만드는 사업이다. 문경새재 부근 조령의 해발 140m 지점에 20.5㎞의 터널을 건설하고, 터널 양쪽에 두 강의 수위를 맞춰주는 갑문을 건설해 물길을 연결한다는 것이 핵심 포인트다.

이 전 시장 측이 경부운하 프로젝트를 강조하는 이유는 물류비용 절감, 국토 균형 발전, 수자원 보존 및 효율적 이용, 관광산업 발달 등 파급효과가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반도 대운하가 들어서면 한국 경제가 제2의 도약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전 시장 측 분석이다.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5000t급 바지선이 부산에서 강화도까지 왕래하게 돼 물류비용이 지금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고, 한강 유역의 빈번한 홍수 발생과 낙동강 유역의 물 부족 문제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 운하 통과 지역을 중심으로 선착장과 물류터미널 등이 들어서면 지역경제가 균형 발전하는 것은 물론 국내 관광산업 발전도 예상된다는 게 이 전 시장 측 생각이다.

이 전 시장 측은 2006년 11월 ‘한반도 대운하 연구회’ 주최로 첫 심포지엄을 개최했고, 올해 들어서도 지속적으로 각종 심포지엄, 토론회, 세미나와 정책간담회 등을 개최하며 여론 조성에 나섰다.

지난 5월 21일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한반도 대운하 기본구상’에 대한 2차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주최 측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부운하에 대한 최종 공사비는 14조1000억원, 공사기간 4년, 운항시간은 27~29시간으로 2006년, 2007년 4월 발표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단 사업비는 이번 3개 기관 TF팀이 2006년 이 전 시장 측이 자료로 제시한 16조원보다 2조원가량 준 수치다.

이 전 시장의 경부운하는 대선을 6개월여 앞두고 처음 열린 지난 5월 29일 한나라당 정책 비전대회에서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량 수송 시스템이 없던 19세기의 낡은 운송수단이다” “3면이 바다여서 운하는 불필요하다” “환경 대재앙을 몰고 올 것이다” 등 경부운하에 관한 나머지 네 후보의 파상공세를 받은 이 전 시장은 답변에 애를 먹었다.

이날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은 ‘경부운하에 대한 이명박의 7개 거짓말’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온갖 장밋빛 전망을 늘어놓고 있지만 근거 없는 억지에 지나지 않는다”며 속도와 물류비용, 물동량 등 7가지 사안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도 30일과 31일 연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부운하에 대해 비판의 강도를 높였다. 박근혜 전 대표 측은 31일 “경제성 없는 선거용 공약을 철회하라”고 공격했고, 이 전 시장 측은 이에 대해 “두 후보가 일 대 일로 토론하게 하자”고 제안했다.

“60년대나 맞을 낡은 구상”

여당인 열린우리당 역시 경부운하에 대한 비판을 강하게 하고 있다. 한명숙 전 총리, 김근태 전 당의장, 장영달 원내대표 등은 지난 5월 4일 열린우리당의 싱크탱크인 ‘열린정책연구원’이 개최한 ‘경부운하 건설 제안에 대한 정책검증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날 한 전 총리는 “경부운하는 조선시대나 60년대에 했다면 맞을 구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당이 경부운하 검증 작업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환경단체들도 경부운하 문제를 최대 쟁점으로 부각하고 있다.

‘한국육수학회’는 지난 4월 11일 ‘21세기 한국의 수자원 보전과 한반도 대운하’라는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고, 5월 3일에는 ‘생태지평연구소’에서 ‘경부운하 대해부’라는 주제로 쟁점별 전략 토론회를 열었다.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전 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협공이 시작된 듯하다.

박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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