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만 있는 바보검사 욕했는데 판사 되고나니 내가 그렇게 살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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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가 되고 나서 검사 시절 내가 가끔 욕하던 '바보 검사' 같은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6년간의 검사 생활을 접고 지난해 12월부터 판사로 일하고 있는 대구지방법원 허용구(37.사진) 판사가 법원 내부 소식지인 '법원 사람들' 6월호에 판사와 검사의 생활을 비교하는 글을 실었다.

허 판사는 '검사 그리고 판사'라는 제목의 글에서 판사와 검사의 생활에 큰 차이가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검사 시절 주로 송치 사건을 처리하거나 검사실과 집만 왔다 갔다 하는 검사들을 '바보 검사'라며 욕했었다"며 "판사가 된 뒤 나 자신이 사무실과 집만 왔다 갔다 하게 됐다"고 적었다.

검사는 사무실 등에서 피의자 등 수많은 사람과 얼굴을 맞대야 하지만 판사는 주로 사무실에서 기록 검토에 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환경 변화 때문에 검사 때만큼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것 같아 친구들에게 세상 이야기를 전해 들으려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허 판사는 또 다른 차이점으로 사무실 분위기를 들었다.

그는 판사실이 조용해 좋다고 말했다. 피의자나 참고인을 소환해 조사하는 일이 잦아 시끄러운 검사실과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허 판사는 그러나 "판사와 검사는 옳은 것과 나쁜 것을 가려내는 직업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며 "검사 생활을 하면서 보고 느꼈던 다양한 경험이 판사 생활에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배우고 익히겠다"고 글을 맺었다. 허 판사는 대구지검과 대구지검 안동지청, 인천지검, 서울남부지검에서 형사부.공판.마약 전담 검사 등으로 일했었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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