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41기 KT배 왕위전' 초단 한상훈, 파죽지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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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제41기 KT배 왕위전'

<4강전>
○ . 한상훈 초단 ● . 박영훈 9단

제11보(152~172)=152로 밀어 흑 한 점을 사로잡았다. 큰 곳은 많지만 152보다 두터운 곳은 없다. 유리한 백은 흑이 이 부근에서 뭔가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서둘러 후환을 제거했다.

박영훈 9단은 153으로 하나 밀더니 155로 들여다본다.

백이 받아준다면(157 자리에 잇는다면) A로 살려내는 수가 가능해진다. 받아줄 리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박영훈은 155에 두었는데 이 수는 응수타진이라고는 하지만 자포자기에 가까운 한 수다. 물론 자포자기 속에 실오라기 같은 한 가닥 승부수를 담고 있다.

한상훈은 단호하다. 155에 응해주지 않고 156에 먼저 집어 흑A를 원천봉쇄한다. 흑의 노림은 모두 사라졌다. 끝장임을 직감한 박영훈은 157로 끊어 '자결'을 선택했다. 백이 158로 대마를 절단해오자 한동안 억지(?) 섞인 패로 버티며 저항하는 척했으나 171에 패 쓰고 172(흑▲의 곳)로 잇자 곧 돌을 거뒀다.

구경하던 김지석 4단은 흑의 자폭을 아쉬워하며 158로 '참고도' 흑1에 이어 대마를 살리면 계가가 어찌 될까 연구했는데 흑이 반상 최대의 3을 차지하면 백4의 수단이 성립된다는 것. 실전의 157은 그래서 승부수 의미가 있었다. 백이 어딘가를 받아주면(우하 흑집이 크게 늘어난다) 그 순간 158에 이어 바둑은 흑승이 된다.

초단 한상훈은 결국 박영훈 9단마저 꺾고 파죽지세로 도전자 결정전까지 진출했다. (167, 170=패때림. 172=흑▲)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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