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실질 국민총소득 줄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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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올 1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이 1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하면서 경제 규모가 커졌지만 실제로 손에 쥐는 소득(GNI)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한 데다 반도체 등 주력 수출제품의 가격이 떨어져 교역환경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1일 한국은행의 '2007년 1분기 중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물가 등을 감안한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실질 GNI 증가율은 전분기 대비 0.9% 감소했다. 실질 GNI 증가율이 뒷걸음질친 것은 지난해 1분기(-0.5%) 이후 처음이다. 반면 1분기 실질 GDP 증가율은 0.9%(전기 대비)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1.4%), 서비스업(1.2%)이 성장을 주도했지만 제조업은 0.9% 감소해 4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반도체 등 전기전자 업종의 부진이 제조업 발목을 잡았다. 이처럼 GNI 증가율이 GDP 성장률을 밑돌게 됨에 따라 경제 외형은 커졌지만 실제 호주머니는 더 가벼워져 체감경기 회복을 느끼기 어렵게 됐다. 특히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는 등 교역조건이 나빠지면서 실질 무역손실액이 전분기 16조원에서 18조5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돈(국외 순수취 요소소득)도 해외로 빠져나가는 배당금.이자가 크게 늘어 7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김승철 한은 국민소득팀 차장조사역은 "2분기부터 반도체값 하락세가 진정되고 국제 유가가 안정되면서 지표경기와 체감경기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병기 기자

◆실질 GNI=한 나라의 국민이 일정 기간 벌어들인 실질 소득을 나타내는 지표. 실질 GDP에서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무역 손익을 더한 다음 외국인이 국내에서 벌어간 소득을 빼고 한국인이 국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더해 계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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