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공포증 독서­잡담으로 불안 떨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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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침 마르고 손 떨리며 가슴 두근/찬물세수 도움… 술 배로 더 취해
해외여행자유화 이후 항공여행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승객들은 비행기를 타면 일단 『혹시 내가 탄 비행기가 추락하지는 않을까』하는 불안감에 휩싸이게 마련이다.
지난달 1일 하루만해도 미국·중국·네팔에서 대형 항공기사고가 발생,2백13명이 숨지고 81명이 중경상을 입어 올들어 최악의 항공기사고의 날을 기록했다.
◇항공사고율=그러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따르면 80년대 10년간의 통계를 분석한 결과 연평균 항공사고 37건,희생자수 1천56명으로 99.995%의 절대안전도를 자랑하고 있다.
보통 지구를 5만번 정도 일주해야 한번 사고를 만나고 약 60만번 운항에 승객 1명이 죽게되며 승객이 하루 한번씩 비행기를 탈 경우 추락사고는 1천5백64년만에 한번 꼴인 셈이다.
1억㎞당 0.03건의 항공운항사고를 기록한 지난해의 경우 모두 30건의 항공기사고에 6백53명이 숨졌다.
이런 통계대로라면 우리나라 자동차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하루에 수십명에 이른다는 사실과 비교해 볼 때 항공기사고율은 그야말로 거의 무시해도 좋을 정도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불안해소=항공의학전문가에 따르면 항공승객들의 최소한 20%이상은 불안감을 느낀다.
왕년에 세계적인 권투스타로 한 세대를 풍미했던 「떠버리」 무하마드 알리,인기여가수 도리스 데이,록 슈퍼스타 데이비드 보위,유명한 골퍼 닐 콜스 등도 비행기만 탔다하면 두려움을 갖는다.
항공의학계에서는 이처럼 대부분의 항공승객들이 비행을 불안해하는 이유는 폐소공포증,현기증,쇳덩어리가 어떻게 하늘을 날 수 있는가 하는 공포증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하고 있다.
승객들이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하면 일단 침이 극도로 마르게 된다.
다음에 손이 가볍게 떨리고 신경이 곤두서며 숨이 가빠짐과 동시에 심장박동이 빨라지게 된다.
의사들은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일단 공포감에 집착하지 말고 가능하면 책을 읽거나 옆사람과 잡담을 나누고 극도로 불안하면 화장실에 가 찬물로 얼굴을 씻는 것도 불안요인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긴장감을 풀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것도 한 방법이나 고공에서 마시는 것은 지상에서 마실 때보다 2배로 더 취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형사고=이처럼 최고의 안전도를 자랑하면서도 승객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항공사고는 한번 일어났다 하면 대형사고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공기사고 원인의 70% 가량이 인재에 의한 것이라 항공종사자들이 조금만 주의하면 0.005%로 위험도 거의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 항공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항공기사고의 원인중 으뜸은 조종사·관제탑·승무원 등의 실수에 의한 것으로 77년 3월 스페인 카나리아군도에서 네덜란드 KLM항공기와 미 팬암 항공기가 조종사의 부주의,관제탑의 잘못된 유도로 인해 정면충돌,양쪽 승객 5백82명이 한순간에 숨지는 항공사상 최악의 사고를 기록했다.
짙은 안개·돌풍 등 기상변화에 의한 천재도 사고 원인.
85년 8월 미 텍사스주 댈라스에서 델타항공 트라이스타기가 돌풍으로 중심을 잃고 추락,1백33명이 숨진 사고가 대표적이다.
정비소홀도 사고원인의 대표적인 것으로 85년 8월 5백24명을 태운 일본 항공 보잉 747기가 기체 꼬리부분 잠금장치가 금속피로(Metal Fatique)에 대한 정비소홀로 파열되면서 오스다카산 중턱에 추락,4명을 제외한 전원이 사망한 사건은 유명하다.<정선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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