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한일 학생토론회」(촛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18일 서울대에서는 일본의 유명 사학중 하나인 게이오(경응)대 학생 50여명과 서울대생들간의 「한일 학생토론회」가 열렸다.
게이오대 경제학과 노동경제학세미나에 등록한 학생들이 한일문제를 현지에서 정확히 파악하자는 취지에서 현해탄을 건너와 마련된 이 자리에서는 10여시간이 넘게 노동·환경·무역·외교 등 양국간의 현안을 놓고 주제발표와 분과별 토론이 열띤 분위기속에서 진행됐다.
『늘어만가는 대일 무역적자의 시정을 위해 무역장벽의 해소와 적극적인 기술이전 등에 일본측의 협조와 양보가 필요한 때입니다.』
『한국측은 일본이 직접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이를 통해 불균형을 해소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PKO법안통과에 따른 해외파병은 재무장에 따른 제국주의 부활의 서곡에 다름아닙니다.』
『전세계의 블록화 현상속에서 일본의 경제력에 걸맞은 정치적 위상을 확보키위한 불가피한 선택일뿐 지나친 패권주의적인 시각으로만 간주해서는 안됩니다.』
전후세대이자 「신세대」로 불리는 양국 20대 학생들의 토론은 양국간 인식차이만큼 공방을 벌이기도 했으나 때론 공감을 표시하며 서로를 이해하려는 모습도 보여 기성세대와 다른 「새로운 양국관계」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대부분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일본학생들은 「정신대」 등 전후책임과 배상문제 등을 둘러싸고 한국학생들의 역사적인 진상규명과 성의있는 자세요구에 대다수가 『이번 세미나를 통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됐다』며 공감하는 태도를 보였다.
토론에 참가했던 이진석군(24·서울대 경제4)은 『예전에 단지 과거에 묶여 감정적으로만 일본을 바라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세계속의 일본을 지향하는 일본인들의 저력을 엿볼 수 있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일본측 대표인 야스시 사사키군(22)도 『언론 등을 통해 알게됐던 한국의 모습이 실제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며 『양국간의 뿌리깊은 편견은 끊임없는 이해의 작업을 통해 해소될 수 있다』고 했다.
급변하는 세계정세속에 「가깝고도 먼 나라」로 불렸던 한일관계가 이제는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로 바뀌어야 한다며 굳게 나누는 양국학생들의 인사속에서 중요한 것은 과거가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미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홍병기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