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투자증권 박종수 사장 "대형 증권사와 M&A 적극 고려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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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국내외 대형 증권사에 대한 인수합병(M&A)를 적극 고려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박종수(사진) 사장은 30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아시아의 대표 투자은행(IB)로 키우기 위해선 자기자본 규모가 최소 5조원은 돼야 한다고 본다"며 "매년 3000억원 안팎의 당기 순익 가운데 절반은 배당에 쓰는 것을 감안하면 2010년까지 2조1000억 원대에 불과한 자기자본을 5조 원으로 늘리기 위해선 M&A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이어 "소형 증권사를 인수할 의사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투자증권의 소명은 한국 대표 투자은행이 되는 것"이라며 "중소형사 고객을 확보해 봐야 (IB로 크는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대형사를 (M&A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그러나 시장에서 M&A 매물로 거론되는 대형 증권사가 그 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고 알아서 판단해 달라"며 즉답을 피했다. 그는 "지주회사와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은 아니며 앞으로 그렇게 가야한다는 사장의 의지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이날 박 사장의 발언에 증권주가 일제히 급등세를 보였다. 증권업종 지수가 6.45%나 뛰어오르면서 중국발 악재로 한때 1640선마저 무너졌던 코스피 지수는 30일 강보합세로 마감했다. 현대증권이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것을 비롯, 대우(10.32%).우리투자(5.61%).삼성(3.85%).대신(5.58%)증권 등 대형 증권주가 큰 폭으로 올랐다. 2006 사업연도 말 현재 우리투자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2조1456억원으로 국내 1위다. 이어 대우(2조1126억원), 삼성(1조9444억원), 한국투자(1조7952억원), 대신(1조5217억원)증권 순이다. 그러나 이들 5대 증권사의 자기 자본 규모는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등 세계 5대 투자은행 평균 자기자본(약 26조원)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우리투자증권은 글로벌 IB로 도약하기 위한 첫 단계로 올 하반기 싱가포르에 자본금 200억원 규모의 동남아IB센터를 설립키로 했다. 이는 국내 증권업계 최초다. 우리투자증권은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베트남 등 3개국에 개소될 현지 사무소와 연계해 본격적인 동남아지역 IB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한국 주식 브로커리지 사업 뿐만 아니라 현지 기업에 대한 지분투자, 부실채권(NPL) 투자와 같은 직접투자(PI) 등의 사업을 중점 추진할 예정이다.

박 사장은 "동남아 시장은 물론 나아가 인도.중동까지 아우르는 경쟁력 있는 IB센터로 육성할 것"이라며 특히 "수업료를 치르더라도 중국의 금융 산업이 급성장하기 전에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IB 육성과 관련, 박 사장은 정부 정책에 대해 섭섭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정부가 국내에서 경쟁력 있는 IB를 키우고 싶다면 공기업 매각 등을 할 때 글로벌 IB들과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트랙 레코드(과거 성과)가 없는 탓에 국내 IB들이 실제 능력은 충분하더라도 평가에서는 글로벌사에 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우리투자증권은 아울러 중국에 리서치 센터를 설립키로 했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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