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이 먼저 자녀 이해해야〃|『노년을 멋지게』펴낸 이기옥 할머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고희를 눈앞에 둔 할머니가 친구(?) 노인들을 위해 핵가족시대를 살아가는 요령을 책 속에 담아냈다.
『핵가족제 등으로 요즘노인들은 예전보다 마음고생·몸고생을 더 많이 해요. 노인들에게는 좀 혹독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전 세상변화는 어쩔 수 없으니 노인들이 적극적으로 이 변화에 적응하라는 생각입니다 』 최근 『노년을 멋지게』 라는 책을 써 화제를 모으고 있는 이기옥 할머니(68)는 젊은 사람들과의「공생」을 위해서는『웬만한 일은 체념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예로『자식놈들 애써 길러 봐도 아무 소용없다』는 말을 제일 싫어한다는 이 할머니는『노인들은 먼저 자식의 마음을 이해하고 믿어보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젊어서 자식 키울 때 부모에게 신경 쓰기 어렵잖아요. 아들·며느리가 좀 서운하게 대한다 싶으면 자신의 과거를 돌이켜 보고 이해하도록 해야지요.』 이 할머니는 이 같은 차원에서 ▲외로움도 사랑하고 ▲신세한탄도 말고 ▲삶이란 남의 도움 속에 이뤄진다는 등의 「노년철학」을 비롯해 ▲엄격한 언어습관을 갖고 ▲텔레비전은 절제 있게 보아야 한다는 등의 「생활지침」, ▲건강의 비결은 쾌적한 수면과 배설에 있다 ▲강장식품에 영혼을 팔지 말자는 등의 「건강관리요령」 등을 책 속에서 폭넓게 제시하고 있다.
『집안 어른들의 잇따른 사망으로 60세가 한참 넘은 어느 날 뒤늦게「내가 할머니로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이 할머니가 「방관자」에서 「당사자」로 노인문제를 생각하게 된 것도 이때부터. 「세계 제일의 기노국에 사는 할머니로서 친구노인들의 아픔을 깊숙히 이해할 수 있었던」 이 할머니는「동료(?) 들에게 원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남편 (고 강석영 서울대의대교수)의 논문정리 등을 도와온 경험을 살려 KBS의 『언제나 청춘』 프로그램의 노인칼럼을 맡았다. 글을 쓰고 방송을 하면서도 주변의 불우한 노인들에게 『내시답지 않은 말이 무슨 소용 있을까』하는 의문이 자꾸 들었다는 이 할머니는 『그래도 그냥 주저앉을 수 없어 계속 쓰다보니 한 권의 책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그러나「한 줄 두 줄 써놓은 것들이 막상 활자화되니 무슨 강제지침서 같아 다시 읽고싶지 않다』며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살아가는 것이 상책이지, 노인생활에 무슨 이론이나 준비가 있겠느냐』며 웃었다.

<김창엽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