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교류 합의보다 실천 중요(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난항을 거듭해온 남북교류협력분야 부속합의서가 사실상 타결된 것은 추석을 앞둔 우리 겨레 모두에게 희망을 주는 소식이다.
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고위급회담 교류협력분과위원회에서 양측은 그동안 쟁점사항이었던 판문점 면회소 설치,교류협력당사자에 대한 당국승인제 등에 합의하여 총 4장70조의 교류협력부속합의서 문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문안의 합의만으로 난관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번 합의가 실천단계에 들어가려면 몇개의 까다로운 고비와 절차를 넘겨야 한다.
우선 북측은 교류협력문제를 정치·군사문제와 철저히 연계시켜 일괄타결·동시실행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북측의 회담전략이 바뀌지 않는한 남북교류 협력합의서의 매듭은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정치·군사 두 분과위에서 부속합의서가 채택될때까지 기다려야 할 판이다.
또 분과위 단계에서 부속합의서가 합의된다해도 고위급회담에서 쌍방 총리의 서명을 거쳐야 발효된다.
다음의 제8차 고위급회담은 15일에 열기로 되어있다. 따라서 군사·정치분야의 부속합의서도 가급적 그안에 마련되어 일괄적으로 채택·실행하는게 가장 좋다. 그러나 당장 실현가능하고 시급한 교류협력의 과제들이 남북간에 합의됐는데 정치·군사분야의 미합의때문에 그것마저 실천이 늦어지는건 옳지 않다.
이런 점에서 교류협력 부속합의서 채택은 우리에게 두가지 교훈을 준다.
첫째는 남북대화에서는 연계전략이 비효율적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벌써 분단 47년을 넘겼다. 가장 급한 것은 이산가족들의 재회다. 경제교류·통신개통도 빠를수록 좋다.
이런 문제의 해결을 지연시키는 것이 바로 연계방식이다. 북한은 이미 이인모씨 문제를 노부모고향방문에 연계시킴으로써 8·15상호방문을 유산시킨 바있다.
둘째,대국적인 대화자세다. 교류협력분야의 부속합의서 협상에서 가장 큰 걸림돌의 하나는 교류당사자에 대한 부국의 승인문제였다. 북한은 정부개입 없이 민간차원에서 자유롭게 접촉·왕래·교류할 것을 주장해 왔다. 민간기업이 없는 북의 그같은 주장은 우리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제다. 이 문제는 결국 북이 후퇴함으로써 타결됐다.
남북관계는 합의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남과 북이 처음부터 작은 문제에 매달리거나 상호 연계시키지 않고 대범하게 남북교류를 추진했더라면 이미 상당한 진척을 보았을 것이다. 이번 남북교류 협력분야의 합의가 정치·군사 및 핵분야의 합의로 파급되어 남북협력이 빠른 시간안에 실천단계로 이행되기를 기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