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 FTA 대책 '퍼주기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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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다양한 '직불제'를 도입하고 직불제 적용 농산품목을 늘리는 것이다. 한.미 FTA로 농가 소득이 줄어들면 '소득 안정 직불제'가 가동된다. 정부가 과거 소득의 80%까지 보장해 주는 것이다. 현재 소득 안정 직불제는 쌀에만 적용하고 있다. 또 수입 농산물이 늘어나고 해당 농산물이 기준 가격 밑으로 떨어지면 피해의 80% 이상을 지원하는 '피해 보전 직불제'도 도입된다.

농림부는 29일 농촌경제연구원 주최로 열린 '한.미 FTA 농업 부문 보완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농업대책 시안을 내놓았다(표 참조). 이 시안은 엄청난 예산이 필요한 소득보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농민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퍼주기 식' 대책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도 농림부 시안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 퍼주기 논란=예컨대 한 농민이 과거 5년간 평균 10㏊ 논과 밭에서 연간 1억원의 소득을 올렸다고 하자. 이듬해 농사가 어떻게 되든 무조건 8000만원까지 정부가 보장하는 것이 소득 안정 직불제다.

농림부는 부당 지원을 막기 위해 농가등록제를 도입하고 70세 미만 준.전업농, 후계농, 창업농만 지원한다는 복안이다. 토론회에서도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농사 짓는 시늉만 해도 정부가 소득을 보전해 주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쌀 직불제로만 2조8000억원이 나갔다. 직불제 대상 품목을 확대하면 얼마가 더 들어갈지 가늠조차 어렵다. 농림부는 "아직 시안이라 필요 재원을 계산해 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농지를 내놓고 은퇴한 고령농에게는 '경영 이양 직불제'가 적용된다. 65세 이상 농민이 농지를 담보로 '역 모기지론'을 받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 역시 금융기관이 입는 손해를 정부가 보전하는 것으로 돼 있다. 급속한 농촌 고령화를 감안하면 과도한 지원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 농업 지원의 틀을 바꿔야=소득보전에만 매달려선 농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어렵다. 사공용 서강대 교수는 "소득보전 대책은 일단 만들어 놓으면 갈수록 국민 부담만 늘어날 뿐 농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는 도움이 안 된다"며 "농가당 20만원씩 지원했던 논 농업 직불금이 지난해엔 150만원으로 불어났다"고 지적했다.

농사에만 집중하는 농정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04년 일본의 농업외 소득 비중은 64%, 대만은 78%다. 한국은 고작 32%다(2005년).

정경민.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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