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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성폭력 칭찬하며 넘본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직장내 성폭력 상담을 담당하는 상담원들과 여성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상담원교육이 1일 오전11시 영락교회 봉사관에서 처음으로 실시됐다.
이는 지난 3월21일 정부가 「성폭력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여성근로자 1백명이상 사업당에 성폭력 상담소를 설치·운영한다는 세부계획을 마련한지 4개월만에 이루어진 것. 91년말 현재 대상업체는 모두2천1백86개업체로 7월말현재 이 가운데 약 절반 가량의 업체가 상담원을 임명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정무 제2장관실은 9월 한달간에 걸쳐 각 직장 상담원을 포함한 서울·인천·광주·대전·대구·부산 등 6개 대도시 여성근로자 1천7백22명과 여성자원봉사자 4백50명 등 모두 2천1백72명을 8차로 나누어 교육한다.
상담원 교육은 1일 교육으로 오전11시부터 오후 6시20분까지 진행되는데 『직장성폭력상담소상담원 교재』를 집필한 박성수(서울대·교육학)·김계현(서울대·심리학)교수가 직접 강의한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발간된 성폭력상담원 교재는 ▲인간존중운동 ▲성폭행의 현황 ▲성폭력 관련법 ▲성폭력대처방안 ▲성폭력 응급상담방법 등 5장으로 짜여져 있다.
이에 따르면 성폭력의 단계는 6단계.
첫단계는 『볼 때마다 섹시해지고 있어』와 같은 칭찬하는 말. 둘째 단계는 손 안대고 만지는 것(시선이 마치 옷을 벗기는 듯한 느낌). 셋째 단계는 친절을 넘어서 몸에 접촉하는 것. 넷째 단계는 겨드랑이 밑을 지나가 여자의 가슴 등을 스치는 등 자신의 행위를 명백히 의식하면서 직장에서 허용되는 한계치에 도전하는 것. 다섯째 단계는 노골적인 성적 봉사의유혹이나 요구만이 아니라 언어에 의한 모욕·폭력 등 직접적인 섹스 위협. 마지막 단계는 가해자의 섹스요구에 응하거나 거부함으로써 처벌을 받거나 둘중의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다.
성폭력을 중지시키는 최선의 방법은 재빠른 대응. 침묵은 아무런 해결책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자신의 대항 용기마저 없애버릴 위험성이 있다고 교재는 경고하고 있다.
『당신이 지금하고 있는 것은 성폭력』이라고 문제를 지적하거나 당신의 행동은 모욕적으로 느껴지는군요』라고 상대의 몸짓을 비판한다든지, 상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나를 놀리지 마세요』라고 당당하게 말해야 한다.
만일 가해자와 마주서서 항의하기가 어렵다고 생각되거나 말로는 별 효과가 없다고 느껴질 때는 ▲날짜와 장소, 벌어진 일의 내용을 상세히 정확하게 쓰고 ▲성가심을 당한 본인의 기분 ▲가해자에게 바라는 바를 함께 기록해 등기로 부치되 편지의 복사본은 보관해 두도록한다. 여성동료와 공동전략·일기 쓰기도 한 방법이다. 1대 1의 초대도 거절한다.
강간을 모면하는 전략으로는 ▲도망가기(95.2 %) ▲논리적인 말로 저항하기(73.3%) ▲힘으로 대항하기(61.8 %) ▲소리지르기(58.3 %)가 효과적(괄호안은 성공률). 단 소리 지르기는 주위에 도망갈만한 곳이 있을 때 쓰는 것이 좋다.

< 홍은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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