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작가 다이 호우잉"열풍"|오늘의 중국 이해하는 길잡이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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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중국의 여류작가 다이 호우잉(대후영·54)의 3부작소설이 국내 4개 출판사에서 경쟁적으로 번역돼 나와 화제다.
제1부 『시인의 죽음』,제2부『사람아 아, 사람아』,제3부『하늘의 발자국소리』가운데 『사람아 아, 사람아』는 지난해 3월 다섯 수레에서 발간돼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올랐고, 최근『시인의 죽음』이 다섯 수레와 도서출판 지리산에서,『하늘의 발자국소리』가 도서출판 창과 풀빛에서 앞다퉈 선보인 것이다.
대후영의 3부작 소설은 일반적인 3부작과는 다르다.
인물과 사건에 연속성이 없고 단지 주제 면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을 뿐이다.
이 3부작 소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는 주제는 사람이다. 아니 사람의 사람에 대한 사랑이다.
저자는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지식인에 대해 가혹한 탄압을 가했던 문화대혁명 당시의 중국 사회상을 다양한 인물의 형상화를 통해 여러 각도에서 비판하고 있다.
혁명의 이름으로 끝없이 강요되는 계급투쟁의 격랑 속에서 인간성을 상실해 가는 지식인들의 고뇌를 통해 인간은 무엇인가, 무엇을 위한 혁명인가, 인간을 배제한 이데올로기나 조직의 존재가치는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반추한다.
대후영은 후기에서『나는 사람들의 피의 흔적과 눈물을 썼고, 왜곡된 영혼의 고통과 신음을 썼으며, 암흑 속에서 반짝이는 불꽃을 썼다』고 밝혔다.
『시인의 죽음』은 문혁기간 중 저자가 직접 겪었던 체험을 그린 자전적 소설이다.
문혁의 열정과 광기가 어우러진 시절, 사회주의 중국의 우등생이었던 대후영(작품 속의 샹난)은 감시자의 입장으로 대시인 웬제를 만나 사랑에 빠졌으나 계급투쟁을 강요하는 당의 반대에 부닥쳐 결혼에 실패하고 웬제는 고뇌 끝에 자살한다.
이 같은 비극적 사랑과 그 이후 고통을 극복하고 일어서기까지의 이야기가 기둥줄거리다.
『사람아 아, 사람아』는 사인방의 몰락 후 문혁이 사람들에게 어떤 상처를 남겼는지를,『하늘의 발자국소리』는 문혁 이후 중국 지식인 사회의 갈등과 방황을 통해 역사가 남긴 상처를 치유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각각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처녀작인『시인의 죽음』이『사람아 아, 사람아』보다 늦게 출간된 것은 문예지에 발표된 직후 중국 정부로부터 출판금지조치를 당했기 때문이다.
문혁이 남긴 상처를 집중적으로 드러낸 이 3부작은 중국의 실상을 일면만 보여줄 우려도 없지 않으나「인간이 있는 사회주의」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오늘의 중국을 이해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을 준다.
상해대학에서 문예이론을 가르치고 있는 대후영은 40살이 되던 78년에 처녀작을 내놓은 늦깎이지만 이 3부작소설로 일약 중국 현대휴머니즘문학의 기수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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