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수교,앞으로가 중요(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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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대한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이 24일 역사적인 국교수립을 단행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중국대륙과 43년만에 적대 및 무관계를 청산하고 호혜와 협력의 새로운 역사를 열게됐다. 중국과의 수교로 북방외교는 일단 마무리 됐으나 북방외교의 종착역이 북한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 우리 외교는 북방외교에 기울였던 이상의 노력을 남북관계 개선에 기울여야 할 것이다.
북한은 우선은 새로운 사태에 반발하고 국내 단속에 치중할지 모른다. 그러나 가장 의지했던 우방중국이 한국과 수교하는 상황에서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활로는 제한돼 있다. 개방·개혁의 가속화를 통한 미 일 등 자본주의 국가들과의 관계개선 뿐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반도 주변 4강과의 교차승인 및 협력관계가 구축되면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북한의 고립이나 파멸을 바라지 않는다. 북한이 국제사회에 책임있는 일원으로 진출하는 것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미 일을 비롯한 모든 나라들이 핵무기 개발문제에 대한 북한의 분명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북한이 핵문제에 대해 합리적인 생각을 갖도록 하는데 특히 새로 수교한 중국의 협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 문제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남북한의 군사대결을 완화하고,이 지역에서 일본의 군사력 증강위험을 해소하는데도 한중수교란 새로운 상황이 도움이 되리라 기대된다.
한중수교는 정치·외교적 측면이 우선적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호혜평등 원칙에 입각한 경제협력을 겨냥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측이 구상해온 태평양 경제공동체나 화남경제권 구축이 유럽이나 미국 중심의 경제블록에 지나치게 대립적일 가능성과,이 체제속에서 중국이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의도 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이미 미 일에 이어 우리의 제3의 교역국으로 부상했다. 지금도 중국의 저가공산품 및 농산물 공세로 국내 관련 산업이 위축되는 형편이다. 불리한 대우를 받고있던 우리의 교역입장을 무역협정·투자보장협정·이중과세 방지협정·항공협정 등을 통해 반드시 상호실리가 보장되도록 개선해 나가야 한다.
이번 수교과정을 보면 중국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 우리측의 보다 의연한 자세와 자존심이 미흡하다는 느낌이 든다. 대만문제 처리에 있어 비논리적인 중국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나 그런 사정을 오랜 우방이었던 대만측에 통고·설득하는 과정이 그러했다. 또 중국의 6·25참전에 대한 사과나 조중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 조약에 대한 해명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국가관계에서 짚을 것을 제대로 짚고,따질 것을 제대로 따지지 않으면 두고두고 화근이 된다는건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의 경험만으로도 족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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