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훗날 우호관계 회복 기대”/김수기 주한대만대사 기자회견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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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만입장 무시 일방추진/한국정부 이중성에 분개
『가장 어려울때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함께 싸웠던 우방을 이렇게 매정하게 대할 수 있는 것입니까.』
진수지(김수기) 주한대만대사는 22일 오후 서울 명동 자유중국대사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외교적 고려가 배제된 원색적인 용어를 동원,한중 국교수립에서 보여온 한국정부의 이중적 태도를 비난했다.
『중공의 압력을 받아 우리의 입장은 조금도 고려치 않고 중공의 안전에 굴복,우방과 민의를 배신한 노태우정부의 처사는 양국 모두에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김 대사는 미리 작성된 문안 없이 간단히 적어온 메모를 보며 거침없이 한국정부를 몰아세웠다.
『우리는 지난 6월부터 미국·일본·한국의 친구들로부터 한국정부가 중공과의 수교협상을 상당히 진척시키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한국정부에 여러차례 확인을 요청한바 있습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본인에게 도의를 증시하는 민족과 국가로 새 친구를 얻기 위해 옛친구를 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겠다고 거듭 보증·강조했고 이상옥외무장관도 중화민국과의 전통적 우호를 중시,결코 수교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 말들은 모두 거짓이었습니다.』
김 대사는 특히 한국이 중화민국 정부에 한마디 사전설명 없이 수교회담을 진행하고 그런 사실을 은폐하면서 수교발표 하루전인 21일 오후 5시에야 일방적으로 단교를 통보하고 서울·부산의 공관 등을 중국측에 넘기겠다고 통보해온 것은 양국 국민의 우정을 배신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국정부가 뒤늦게 특사를 파견한다는 것은 사람을 죽인 뒤에 왜 죽였는지를 설명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 받아들일 수 없다』고 김 대사는 못박았다.
김 대사는 특히 이 장관이 중국과 수교하더라도 중화민국과의 관계를 최고의 협력관계 수준으로 하겠다고 해놓고 ▲하나의 중국 불인정 ▲중화민국 국호사용 ▲대사관 이양 불가 등을 요구한 자신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치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대사는 그러나 『노 정부의 결정은 한국을 대표한다고 할 수 없으며 정권은 짧지만 민족은 영원해 양국 국민간의 돈독한 우정이 있는한 양국의 우호협력 관계는 회복된다고 믿는다』고 말을 맺었다.<이재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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