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폐쇄적인데 … 취재 더 힘들어질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국민의 알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언론에 대한 취재 지원을 당연시하고 있는 외국과 달리 평소에도 언론에 비협조적이고 수동적인 태도를 보이는 한국 관료사회가 기자실 통폐합이 실현될 경우 더욱 언론을 멀리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번 조치가 언론의 취재 지원을 위한 것이라는 국정홍보처의 설명에 대해서는 "정보 통제를 위한 의도"라고 비난했다.

일본 지지(時事)통신의 호조 미노루(北條稔) 지국장은 정부의 이번 조치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일본의 정부부처 기자실 운영에 관한 일본신문협회의 의견서를 먼저 소개했다.

"정부는 국민에게 정보를 제공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따라서 정부기관과 관련된 정보를 신속.정확하게 보도하기 위해 기자실을 설치하는 것은 행정상의 책무라고 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호조 지국장은 "기자실이 정부기관 건물 안에 설치돼 있다는 것 자체가 정부와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감시하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개별 언론사들이 정부기관에 정보를 요구할 경우 기관들이 이를 거부할 수 있을지 몰라도 '기자실'이라는 조직이 요구할 경우 무시할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한국 언론은 물론, 여야 정당과 국민 모두가 원치 않는 정책을 강행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특히 교섭단체의 성격을 갖고 있는 기자실을 정부가 통폐합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마이니치 신문의 호리야마 아키코(堀山明子) 특파원은 "일본의 취재시스템이 세계에서 가장 후진적인 제도"라고 한 국정홍보처의 지적에 대해 "한국 정부가 일본의 제도를 충분히 알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본 취재시스템에 대한 비난과 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적어도 일본 기자클럽 운영의 주체는 언론사이며 정부가 아니다. 따라서 일본 정부가 기자실을 통폐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파원들은 한국 정부와 관리들의 폐쇄적인 성향도 지적했다. 이들은 안 그래도 인터뷰를 비롯해 정부기관 접근이 쉽지 않았던 외신 기자들의 취재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소속사를 밝히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한 외신 기자는 "한국 정부가 부처 기자실을 통폐합한다는 발표를 듣고 당혹스러웠다"며 "나를 포함해 외신 기자들은 대부분 앞으로 한국에서 취재하기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덕.박소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