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서 책 놓지 않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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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서울시 지하철본부 최세영 안전관리실장(39)은「공부하고 시험치는 재미」로 사는 공무원이다.
자칫 안주하기 쉬운 공무원생활 중에서도 남들은 하나 갖기고 어려운 기술사면허를 둘씩 갖고 있는데 다 박사학위까지 취득했다. 서울대공대 토목학과를 졸업하고 기술고시13회로 78년부터 공무원생활을 시작한 최 실장은 81년 해외연수생으로 선발 돼 험프리 장학금으로 도미, 83년 뉴욕시립대학에서 토목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종합건설본부와 기술심사담당관 실을 거쳐 90년8월 지하철건설본부로 옮긴 최 실장은 사고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지하철건설의 안전책임을 맡게되자 여기에 대비한다는 마음으로 공부를 대비한다는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 지난해2월과 12월 건설안전기술사와 토목사공기술사 면허를 각각 취득했다.
기술사는 대학졸업 후 9년이 지나야 응시자격이 주어지고 1백대1이 넘는 경쟁률에 분야 당10~50명 정도가 배출되며 이론과 실무를 동시에 갖춰야하는 기술분야 최고의 면허로 굳이 실리적으로 따지자면 월수5백 만원이 보장된다.
최 실장은 이어 미국에서의 학점을 인정받아 올해 2월「쓰레기 매립 지의 침출 수에 의한 지하수오염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모교의 토목공학 박사학위 마저 거머쥐었다. 이 논문은 현재 난지도 개발계획사업에 응용되고 있다는 것이 최 실장의 귀띔.
『미국의 공무원들은 이력서의 맨 앞에 과거의 학벌보다 현재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쓰더군요. 자기업무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야간대학원에 다니는 게 보편화돼 있고...오히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낙오되기 십상입니다.』
연수 중 미국과 일본의 수많은 「박사공무원」에 충격을 받았다는 최 실장은 대학만 졸업하면 책에서 손을 놓는「엘리트」들이 아직 많은 것 같다며 아쉬워한다.
『공부는 자기가 필요해서 하는 것이지, 결코 장식물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는 최 실장은 부하직원들에게도 자기개발을 강조, 이를 위한 정시퇴근분 위기를 정착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직속과장1명이 지난 상반기 시공안전기술사 시험에 합격했고, 7명의 직원의 승진시험에도 통과해 부하들과 학이시익의 기쁨을 함께 누리기도 했다고.
최 실장은 현재 서울시 해외주재관 파견시험에 응시원서를 내고 또 다른 지식의 샘을 갈구하고 있는 우리사대의 젊은 공무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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