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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한국 로체샤르·로체 남벽 원정대 <18>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로체샤르(8400m) 정상 공격에 나선 엄홍길(47, 트렉스타) 대장이 22일 오후 베이스캠프로 하산했다. 2007 로체샤르•로체남벽 원정대의 첫번째 서미트(Summit)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셈이다. 사실상 ‘정상 공격’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정상 공격을 위한 교두보라 할 수 있는 캠프4(7800m 예정)가 채 설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캠프2(6800m)에서 공격조의 루트 개척 작업을 지켜보고 있던 엄대장은 ‘전 대원 철수’ 지시를 내릴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앞서 캠프4 구축을 위해 악전고투중이던 변성호•대원은 20일 오후 7700m 지점에서 진출했지만, 21일 아침 체력이 급격히 저하됐음을 깨닫고 엄대장에게 “더 이상 올라가는 것은 무리”라는 무전을 보냈다. 엄 대장은 “베이스캠프에서 며칠 쉬면서 체력을 보충 한 뒤 캠프4가 완전히 설치되면 다시 시도하자”고 로체 남벽에 매달려 있던 전 대원들에게 알렸다. 6명의 대원들과 함께 7명의 세르파도 모두 하산했다.

전 대원들이 철수한 다음날인 22일, 베이스캠프와 로체 남벽은 유난히 화창한 날씨를 보이고 있다. 이런 날씨라면 ‘몬순(Monsoon)이 시작됐다’는 말은 거짓말처럼 들린다. 대원들은 간만에 맞은 따가운 햇살에 눈에 젖은 옷가지들을 말리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엄 대장은 22일 점심시간에 대원 전체회의를 열어 앞으로의 등반 스케줄을 확정지었다. 오는 24일 캠프4 구축을 위한 선발대원들이 먼저 출발하고, 엄대장은 26일 2명의 대원과 함께 로체샤르 정상 도전을 위해 출발하기로 했다. 일정대로라면 28일경 캠프4가 설치되고, 30일~31일 사이에 정상 공격에 나서게 된다.

올봄 히말라야로 들어온 한국 원정대는 7~8개팀. 이중 아직까지 히말라야에서 머무르고 있는 원정대는 로체샤르•로체 원정대 뿐이다. 지난 3월 30일, 가장 먼저 베이스캠프를 차린 뒤 가장 늦게까지 등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엄 대장은 몬순에 접어드는 6월이 되더라도, 지금과 비슷한 날씨가 계속된다면 재차 삼차 정상 공격을 위한 시도를 하겠다는 의지다. 로체샤르•로체 원정대가 한국원정대의 휘날레를 장식할 수 있을 지 산악인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로체 베이스캠프(네팔, 5220m)=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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