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과 거리먼 짠 씀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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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연예인들은 인기에 쫓기다보면 「절약」 이란 단어를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어른들에게 용돈을 졸라야할 철모르는 나이에도「스타」가 되면 하루아침에 대기업 사장들이 나타고다닐 웬만한 집값만한 외제차를 몰고 다닌다.
가장 화려하고 사치스러우며 개성이 강한 사람들이 들락거리는 방송국에 몸담다보면 이러한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을 수없다.
25년째방송국 언저리에서 꾸준한 퍼스낼리티 를지켜온 황인용씨(52)는그러나 좀 다르다.
오래 방송을 하다보니 누구못지 않은 인기인이라 수입도 만만치 않지만 정작 본인은 고소득자란 사실을 모르고 있다.
어려서 시골서 자라고 (경기도파주 출신)82년 프리랜서로 뛰기 전까지 박봉에 시달리는 샐러리맨이었기에 소박함이 몸에 배어있는 그는 여유를 가질수 있는 지금도 안팎으로 『짜다』 는 말을 듣기 일쑤다.
『세상사는 이야기』 (MBC TV) 등 지금까지 서민들과 관계가 깊은 프로만 맡아온 따둣한 그의 이미지는 이와 무관치않다.
강렬한 TV의 조명에 대응하는 여러 의상이 필요하고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하는등 씀씀이가 커질수 밖에 없는데도 이러한 서민적 습성은 떠나지 않는다.
단독주택을 고집하는 그가 더운 물이 쏟아지는 세면대보다 마당에 나가 세숫대야로 세수를 하는 소박한 모습은 잘 알려져 있다.
어려운 사람들의 이야기만 듣다보니 아이들이 혹시 큰돈을 마구 쓰는것은 아닌지, 집에 불필요한 것을 들여놓지는 않았는지,나이나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의상을 구입한 것은 아닌지 수시로 자기검증을 게을리 하지 않고있다.
그가 경제학에는 문외한이지만 「세상사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느끼는 것은 우리가 너무 호들갑스럽지 않는가하는 생각이다.
경제는 물론 삶 전체에서 그가 경험하고 여전히 매일 배우는 것은 「처음의소박함」 「지금까지의 꾸준함」 이다.<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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