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자유무역협정의 교훈/우리산업 경쟁력 향상 절실/김정수(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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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동아시아 역내 무역자유화 추진해볼만
1년반에 걸친 협상끝에 미국·캐나다·멕시코 3국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합의했다.
구성국가로 보나 경제규모로 보나 NAFTA의 형성은 1차적으로 북미3국의 발언권을 강화시킴으로써 「우루과이라운드」 등 세계경제질서에 대해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고,나아가 EEA(유럽경제지역)로 시발된 경제블록화 추세를 더욱 가속화시키게 될 것이다.
NAFTA가 의도하는 대로 북미3국간에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이 철폐되면 우선 상호개방에 의해 상호교역이 증대되고 또한 상대적으로 어려워진 역외국과의 교역을 역내국간의 교역으로 전환하게 돼 역내교역이 늘어나며 둘째,개방에 의해 역내 경쟁이 촉진되어 그 결과 역내기업들간에 전문화가 진전될뿐 아니라 북미대륙 전체에 걸친 단일시장이 등장됨에 따라 규모의 경제도 누리게 돼 경제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문제는 NAFTA에서 제외된 역외국들이다. NAFTA 3국의 경제가 활성화돼 북미시장이 확대되면 그만큼 세계교역이 늘어나는 셈이 되지만 역외국들에 대한 무역장벽은 그대로 내버려둬 그 몫은 다분히 역내국의 차지가 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EC 단일시장의 경우와는 달리 NAFTA의 경우는 중진국으로 분류될 수 있는 멕시코가 포함되어 대만이나 우리같은 중진국들의 대북미 교역이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되니 발등의 불이라 아니할 수 없다.
NAFTA때문에 우리수출의 경쟁여건이 나빠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NAFTA 때문에 우리 상품의 경쟁력이 약화되었다는 소극적인 생각에 젖기보다는 우리 산업의 경쟁력 향상이 더욱 절실해졌다는 적극적인 사고에 익숙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새로운」 북미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은,상대적으로 비싸진 만큼 더 싸게 팔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내는 가,아니면 상대적으로 비싸진 만큼 더 고급제품을 만들어 내는 길 뿐이기 때문이다. NAFTA가 있건 없건 생산성 향상과 산업구조 고도화는 세계경쟁의 요체인 것이다.
이제 NAFTA는 던져진 공이다. 따라서 우리는 NAFTA의 폐해를 걱정하기보다는 경제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개방으로부터 오는 경쟁의 부담을 스스로 지겠다는 북미인들의 과감성과,경제예속을 걱정하기 보다는 개방을 통해 경제를 국제화시키겠다는 개방된 의식을 배워야 할 것이다.
NAFTA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북미의 풍부한 자원과 거대한 시장,특히 멕시코의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역내와 역외로부터 투자가 유입될 것이다. 개별시장 경영에서 대륙시장경영으로 전환해야 할 우리 기업도 이에 관심을 더욱 기울여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북미에 대한 우리의 투자도 과거처럼 우회수출을 통해 무역장벽을 회피하는 단기적 교역확대 차원을 넘어서야 할 것이다. 투자상대국을 단순한 수출생산기지로 인식하기보다는 우리 기업의 장기적 국제경영전략의 일환으로 펼치는 산업협력의 파트너로 인식할 때가 된 것이다. 또 대외 경제전략도 다원화해 특정국과의 쌍무적 무역해소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우루과이라운드」 등 다자간 무역협상에서 전진적 자세로 개방체제 강화에 힘쓰는 한편,동아시아의 지역협력강화를 위해 역내무역자유화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NAFTA와 EC로 세계경제의 블록화를 가속시켜온 북미와 유럽은 이제 동아시아의 반응을 예의주시할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도 세계경제 성장의 핵으로 부상한 만큼 이제는 여타지역에 대해 호혜를 요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최근 크고 작은 일자리에서 일고 있는 「안에서 내몫찾기 보다는 세계에서 우리몫 찾기」의 심리가 모두에게 확산된다면,도전은 능히 극복될 수 있고 오히려 「세계의 한국」을 일구어내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으로 믿고 애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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