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41기 KT배 왕위전' "아직 살아있거든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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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4강전>

○ . 한상훈 초단 ● . 박영훈 9단

제4보(39~52)=바둑은 분노를 다스리는 게임이다. 흑▲에 백△로 외면했으니 흑은 하변을 푹 뚫어버리고 싶지만 이건 그야말로 막가는 승부가 된다. 막가는 승부라 해도 승산이 있다면 꼭 회피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이 바꿔치기는 벌어들인 실리에 비해 내준 두터움이 더 커 장래가 너무 피곤해진다.

그래서 39로 타협했고 40의 이단젖힘은 예정 코스. 박영훈 9단은 여기서 머리를 싸매쥐고 장고하더니 43~47까지 백□들의 퇴로를 막는 데 주력한다. 백□석점은 요석이고 실리도 커 잡기만 한다면 흑의 성공이다. 박영훈 9단이 43 같은 이적수를 서슴지 않은 이유다.

한데 떠오르는 신예 김지석 4단은 이 수순을 '흑의 착각 또는 실패'로 단정한다. 김지석은 백□들을 가리키며 "이게 아직 살아있거든요." 한다.

그런가. 뒷문을 이토록 꼭꼭 닫았음에도 이 돌이 살아난다는 말인가. 정말 살아난다면 박영훈은 크게 착각한 것이다.

우려는 즉각 현실로 나타났다. 박영훈이 55의 요소를 젖히며 상쾌한 기분에 젖어있을 때 56이 슬그머니 떨어졌다. 56이 성립한다면 43은 A의 빈삼각으로 두는 게 백번 옳았다.



제3보(30~38)=제작상 착오로 일부 지역에 3보 대신 4보가 먼저 나갔음을 사과드리며 3보 수순을 추가로 게재합니다. 흑이 백을 양분하여 공격하고 있으나 37에 손뺀 38이 강수로써 빠르게 승부처로 접어들고 있는 국면입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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