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도싸고… 싱싱하고…|농산물 열흘장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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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배추 세포기하고 열무 두단 주세요. 붉은 고추도 주시고….』
『배추는 한포기에 6백원, 열무는 한단에 5백원이니까….』
5일 오전7시 서울면목동 농협앞마당.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농산물장터에 1백여명의 주부들이 몰려와 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이날은 한달에 세번 5자가 들어간 날마다 열리는 이 지역 농산물 열흘장날이다.
이 지역 주부들은 매5일만 되면 어김없이 이 장터를 찾아와 면목동과 자매결연농촌인 충북 옥천군청성면에서 새벽에 달려온 싸고 싱싱한 농산물을 사가지고 돌아간다.
주부 이영순씨(35·서울면목동)는 이날 오전6시50분쯤 이 장터에 도착, 배추·열무·고추·가지·도라지·수박·파·옥수수등 1만3천원어치를 한아름 샀다.
『농산물들이 싱싱해서 맛이 좋고 단으로 묶을 때도 푸짐하게 묶어 실속이 있어요. 값도 싸고 좋은 물건을 쓰면서 농촌의 농민들도 도울수 있어 일석이조라는 생각에 항상 이 장을 이용해요.』
2년전인 90년9월 개장당시부터 이 장을 이용했다는 이씨는 조금만 늦게오면 물건이 떨어져 살수없다며 꼭 오전7시이전에 장을 보러 나온다고 말했다.
원래 개장시간은 오전8시. 그러나 이날 주부들이 오전6시30분쯤부터 몰려들기 시작해 7시40분쯤에는 2백여포기씩 가져온 배추·무등이 완전히 동나고 붉은고추등 일부 채소들도 떨어졌다
농산물운반에 따라온 김병석 청성 농협조합장은 『이 장에 나오는 농산물은 모두 시장에 나오기 전날 수확·포장되고 쌀도 바로 전날 도정되기 때문에 특히 신선하다고 말했다. 이날 농산물가격은 풋고추 한근에 5백원, 붉은고추 1천원, 파 큰단에 5백원, 가지 7개 1천원, 도라지 1상자에 1천5백원, 수박 4천원, 쌀 20kg에 2만8천원등. 이 가격은 면목동 새마을부녀회회원들이 전날 시장가격을 조사해 시장가보다 10%정도 싸게 책정한 것이다.
이날 판매한 금액은 1천여만원정도. 이 돈은 운반비등 일부비용을 제외하고는 모두 생산자의 농협통장으로 입금된다.
농산물 운반과 판매는 청성농협직원 2명이 자원봉사로 하고, 판매는 면목동 자원봉사 부녀회원들이 돕는다. 열흘장은 면목동과 청성면 양쪽농협의 중개로 소비자가 합리적인선에서 가격을 결정하고 생산자가 물건을 농협에 위탁판매하는 독특한 직거래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열흘장을 고안하고 도시와 농촌을 연결한 전용삼 농협중앙회 서울시지회연구위원은 『서울의 많은 동들이 농촌과 자매결연만 맺고 지속적인 직거래등 상호관계를 유지하는것은 귀찮다며 피하는 경우가 많아 열흘장 개설도 어려움이 많다』며 『그러나 일단 개설만 하면 반응이 좋아 지속적으로 할수있다』고 말했다.
열흘장은 현재 서울면목동농협앞(매달 5, 15, 25일), 상계3동 주락식당앞(매달 8, 18, 28일), 천호3동사무소앞(매달 2, 12, 22일), 암사1동사무소앞(매달 10, 20, 30일)등 네곳에서 열리고있다. <양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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