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감염될까 걱정마세요”/병원들 「무혈수술」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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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수혈없는 50여가지 기법 도입/심장·척추·뇌수술도 성공
수혈에 의한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감염 사례가 잇따르면서 국내에서도 무혈수술이 종합병원의 외과계통을 중심으로 점차 확산되고 있다.
또 보건당국은 에이즈감염의 우려가 있는 혈액대신 식용수·수액제제(링게르)를 쓰는 이른바 「수혈대용요법」캠페인을 의료계와 함께 대대적으로 펼칠 계획으로 있는 등 최근들어 자구책이 활발하다.
8일 보사부·의료계에 따르면 수혈도중 에이즈감염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요법은 세계적으로 지혈기술·출혈응급처치·혈장중량제 등 7종류에 걸쳐 모두 1백여가지가 속속 소개되고 있고 국내에서도 약 50가지의 미세한 테크닉이 시도되고 있다.
◇무혈수술=연세대 세브란스병원·부천 세종종합병원·인제대 서울백병원·가톨릭의대 강남성모병원·서울중앙병원 등에서 첨단의료장비를 사용하거나 최신기법을 활용,수혈이 굳이 불필요한 수술의 적용범위를 넓히고 있다.
세종종합병원의 경우 86년 심장병 환자에 대한 무혈수술에 처음 성공한 뒤 최근 이를 척추수술·뇌혈관수술 등에까지 확대,지금까지 모두 약 3백명에게 시술하는 등 무혈수술을 보편화하는 추세다.
예컨대 심장수술에서는 인공심폐기에 남의 피를 섞지 않고 수액만으로 충전시켜 수술때 모은 피를 고스란히 환자에게 되돌려줘 수혈을 필요없게 하고 다른 수술때도 지혈제와 저혈압 마취법·레이저를 이용,출혈을 거의 없앤다는 것이다.
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수술중 환자의 피를 잠시 뽑은 뒤 몸안의 혈액을 묽게 하는 헤파린을 투여,혈액량을 증가시키고 뽑았던 피를 다시 환자의 몸에 돌려주는 식의 「혈액희석 및 동시순환법」을 이용해 수혈이 필요없는 심장수술을 최근 김모씨(25)에게 시술,성공했다.
서울중앙병원은 돋보기로 빛을 모아 종이를 태울 수 있는 원리를 이용한 첨단의료장비인 감마나이프로 환자의 뇌에 2백1개의 감마선을 쬐어 피를 전혀 흘리게 하지 않고 뇌종양 제거,뇌의 이상으로 생기는 간질병을 치료하는 수술을 지금까지 모두 2백83명에게 시술했다.
◇수혈대용요법=보사부는 수혈감염 대책으로 ▲수혈대상자와 수혈량을 줄이고 ▲과거 성병을 앓았거나 동성연애의 경험이 있는 등 에이즈에 걸릴 위험성이 높은 사람들의 헌혈을 삼가토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대한의학협회·병원협회 등과 협조,종전기준으로 혈액을 1파인트,즉 한병(남자 4백㏄,여자 3백20㏄ 기준) 이하를 써도 될 환자에게는 상황에 따라 식염수·수액제제를 대신 사용토록 적극 권장키로 했다.
최근 보고된 수혈로 인한 에이즈감염은 전세계 에이즈환자(세계보건기구 추정 1백50만명)중 10%,국내 감염자의 8%(2백6명중 16명)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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