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과 행주대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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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방송매체의 경쟁적인 보도탓도 있겠지만, 올림픽 열풍이 무척 뜨겁다. 그 열기에 부응이라도 하듯 우리나라선수들 역시 쾌속 항진중이다. 자신과의 길고 힘든 싸움끝에 마침내 메달을 목에 거는 감격스러운 그 얼굴들은 새삼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움이 어떤 것인지를 느끼게 해준다.
그러나 한편으로 유감스러운 점이라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오직 금메달 숫자뿐인 것같은 올림픽 일색의 방송시간 편성이다. 올림픽의 종합순위가 그나라의 국력을 말해주는 징표가 되는것도 아닌데 그러한 환상의 확산에 방송이 큰 몫을 하고있는 것이다.
구소련의 독립국연합이나 지난날 동구권에 속했던 나라들이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어 왔고 이번 올림픽에서도 역시 메달순위에서 단연 앞서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이들 나라들이 처한 입장은 과연 어떠한가. 스포츠 강국과 번영되고 내실있는 나라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게 해주고있지 않은가. 몇몇 스포츠 영웅들의 탄생이 그대로 한 나라의 저력으로 연결될 수만은 없는 현실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가.
스포츠를 통한 국위선양의 효과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효과라는 것도 우리나라의 경제적 위상과 비례하는 결실일때 더욱 소중한 것이 아닐까. 금메달에 열광하는 동안 우리는 신행주대교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았다. 지금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무래도 균형감각의 회복일 것만 같다. 스포츠란 삶을 구성하는 여러개의 축들중의 하나일 뿐인 것이다.
북한의 김달현부총리가 서울에 왔을때 뜨겁게 달아 올랐던 경제협력문제는 제대로 진척되고 있는가. 통일뒤 북의 젊은이들과 남의 신세대들이 부딪치게 될 그 깊은 이질성의 극복을 위해서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나가고 있는 것일까. 일상적 삶이야말로 행사를 위한 삶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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