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출동] 상대방 옷벗기는 '왕게임'이 왜 나빠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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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10대들은 그들을 유혹하는 넘쳐나는 손길에 자신을 주체키 힘들다. 인터넷 채팅이나 P2P 등 클릭 한 번으로 성을 거래하는가 하면 과거에 사귀었던 여자 친구의 노골적 사진들을 업로드해 파문을 일으키기도 하는 등 아직 정신적 성숙이 덜 이뤄진 그들은 너무도 쉽게 자신의 성을 내팽개친다. 웨딩 촬영 스튜디오를 찾아 미리 웨딩 사진을 찍는가 하면. 위험하고 은밀한 놀이 문화인 왕게임을 즐기며 성적 일탈에 빠져들어 사회에 충격을 더하곤 한다. 어른들만 모르는 10대들만의 성 이야기들이 신문의 사회면을 장식해 세상을 놀라게 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어둡고 삐뚤어진 어른들의 문화에서 그대로 배운 것들이라니 ….

■좌충우돌. 아슬아슬 “들어는 봤나 왕게임”
10대들의 놀이 중 가장 은밀하고 위험한 건 왕게임이다. 술집에서 술을 먹고 여관이나 모텔로 가서 게임을 한다. 남자 애들은 왕이 되고. 여자 애들은 걸리면 옷을 벗고. 남자 애가 걸리면 남자끼리 뽀뽀한다. 이 정도까지는 약과이고 애교로 볼 수도 있다. 그보다 더하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때로 불거져나오는 집단 성폭력은 이를 뚜렷하게 보여 주는 한 단면이다.

인터넷도 성을 사고 판다. 남자 아이들의 성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은 화상 채팅에서 쉽게 엿볼 수 있다. 채팅창에 대담하게 폰섹을 제안한다. 물론 돈이 뒤따른다. 이때 돈의 액수까지 오가기도 한다.

오프라인에서 만난 여자 아이는 돈을 먼저 달라고 한다. 취재진이 만난 한 여자 아이는 단지 부서진 MP3 때문에 돈이 필요했고. 별다른 거리낌 없이 ‘거리에 나왔다’고 거침없이 말했다.

최근 터진 ‘인막녀’(한 인터넷 사이트에 오른 여학생 사진) 사건은 충격스럽다. 한 남학생이 예전에 사귄 여자 친구의 노골적 사진들을 인터넷에 버젓이 올려놓았다. 여학생의 얼굴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 이 사진들은 누리꾼 사이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사귄 지 4개월째 된 의정-휘재(가명)는 뽀뽀 등 대담한 닭살 커플 동작을 연출하며 면사포를 쓴 채 웨딩 촬영을 했다. 이 스튜디오에는 최근 10대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한 남녀 공학 중학교에서는 3학년 남학생과 1학년 여학생끼리 커플이 되는 것이 유행이었다. 수업 중 여학생들이 ‘커플일기’를 쓰다 교사에게 적발된 경우도 빈번하다. 커플일기에는 만난 지 1주일도 안됐는데 키스를 비롯한 각종 스킨십 내용이 적나라하게 적혀 있는 것도 있어 오히려 취재진을 당혹스럽게 했다.

■섹슈얼리티 체험과 토론
왕게임 같은 놀이를 한꺼풀 벗겨 보면 어른들을 빼닮았다. 박수 치면서 “키스해” 하는 모습은 대중매체를 통해 여과 없이 보여지던 그런 풍경들이다. 어느덧 자연스럽게 10대들이 쾌락적으로 변용하고 있다.

한 청소년문화센터의 성교육장에서 데이트 폭력 대응·스킨십·콘돔 교육 등을 시키던 K모 소장은 “먼저 어른들의 성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아이들의 성문화는 결코 건강해질 수 없다”라고 말한다.

이 같은 10대들의 성문화에 대해 일부에서는 무작정 걱정할 일만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요즘 한 반의 절반이 이성과 교제하는 것으로 볼 때 무엇보다도 10대들 스스로의 목소리가 높다. 한 달에 한 번씩 주제를 갖고 만나 대화를 갖는 또래지기 클럽을 잠깐 엿봤다. 이번 주제는 ‘성폭력’이었다.

“부모님 세대는 성교육을 얼마나 받았는지 궁금해요. 또한 성교육을 부모님이 해 주시는 건 거의 없잖아요.”

“전 중 3때 충분히 성 경험을 해 보고 솔직히 되게 좋았어요. 좋아서 했는데 제 자신이 너무 더럽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생각해요.”

“생각보다 몸이 먼저인 거 같아요. 그걸 막기 위해선 많은 교육이 필요해요.”

사실 인터넷에 익숙한 요즘 10대들. 어른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성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 이제 10대들이 성적 권리의 주체자로 어떤 상황에서도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눈높이 성교육이 절실하다. 아니 그 이전에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박명기 기자 [mkpark@ilgan.co.kr]

<일간스포츠>

기사 관련 TV 프로그램인 중앙방송 Q채널의 <천일야화> ‘청춘보고서. 10대 몽정기’ 편은 21일 밤 12시에 방영됩니다.

박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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