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재 100억 달러 기부한 '두바이 리더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세계 최대의 인공섬으로 불리는 두바이의 팜 아일랜드. 두바이 지도자 무하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이 국가 개조 차원에서 만든 창의적 프로젝트의 하나다.[두바이 AP=연합뉴스]

'두바이 기적'의 주인공으로 21일 한국을 방문하는 셰이크 무하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58.사진) 아랍에미리트(UAE) 부통령 겸 총리(두바이 통치자)가 사재 100억 달러를 중동 지역 교육사업에 쾌척했다.

셰이크 무하마드는 19일 요르단 사해(死海) 휴양지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중동 지역 인재 양성을 위해 100억 달러(약 9조3000억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 돈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무하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 재단'을 세워 교육사업을 할 예정이다. 그는 "잘 교육받은 젊은 세대만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국가경영을 해낼 수 있다"며 "교육재단은 뛰어난 인재 양성을 지원해 중동을 '지식에 기초한 사회'로 바꾸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 교육으로 서방과 격차 줄여야=셰이크 무하마드는 "중동은 서방.아시아 선진국과 지식 격차가 아주 크다"며 "지역의 여성 문맹률이 40%를 넘고, 전체 중동 국가가 출간한 서적이 터키 한 나라에서 낸 것보다 적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지식 격차와 인재 부족을 타개해야 테러 등 지역 불안의 불씨인 실업률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동에서 테러분자가 많이 나오는 것은 높은 실업률로 사회에 대한 불만이 커진 때문이라는 게 그의 인식이다. 실제로 테러 세력의 대부분이 실업자라는 분석이다.

그는 "중동 지역 실업자를 구제하려면 지금 당장 1500만 개의 일자리가 필요하고, 앞으로 20년간 7400만~85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며 "이런 일자리를 만들려면 교육을 통한 인력 및 인프라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 지도자 개인 기부 드물어=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300억 달러, 세계적 부호 워런 버핏이 310억 달러를 게이츠재단에 각각 기부해 화제가 됐지만 국가 지도자가 개인적으로 이 같은 거액을 교육사업에 기부한 것은 유례가 없다. 범아랍 일간지 알하야트 등 중동 언론들은 "이번 교육 기부는 그동안 자신을 국가의 '최고경영자(CEO)'라고 칭하며 무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국가 개조와 경제.사회개발에 나서온 셰이크 무하마드의 이미지에 걸맞은 행동"이라며 "두바이를 넘어 중동 전체를 책임지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 통찰력.비전.추진력 갖춰=셰이크 무하마드는 현실과 위기를 냉철하게 파악하는 통찰력, 상상력에 기초한 웅대한 비전, 강력한 추진력을 갖춘 지도자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1995년 왕세제에 오르면서 석유자원이 고갈될 때를 대비해야 한다며 당시 통치자인 형과 함께 볼모의 사막과 유전만 있는 유목국가를 중동의 물류.금융.관광 허브로 바꾸는 국가 개조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사막의 스키장, 세계 최고급 7성 호텔 부르즈 알아랍, 중동 최대 자유무역지대, 세계 최대 인공항 자발 알리 등을 건설했다. 현재는 삼성 등 한국 업체가 건설 중인 세계 최고층 부르즈 두바이, 세계 최대 위락단지 두바이 랜드, 달에서도 볼 수 있는 지구 모양과 야자수 모양의 인공섬 등 다양한 창의적 건설 프로젝트를 지휘하면서 국가 개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어려서 영국 군사학교 등에 유학했으며, 22세 때 국방장관을 지냈다. 2006년 1월 형이 사망하면서 통치자에 올랐다. 현재 두바이.아부다비 등으로 이뤄진 연방국가 아랍에미리트의 총리와 부통령을 겸하고 있다.

카이로=서정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