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성직자 "통일정책에 불만" 49.8%|북한선교위, 전국 사제대상 설문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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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우리나라 천주교의 성직자들은 통일문제에 대해 대체로 공정적이고도 적극적인 생각과 전망을 갖고있으나 정부의 통일정책 평가에는 매우 비판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또 북한교회의 활동에 적지않은 불신감을 느끼고 있으며 북한사회의 실상에 대해서도 비교적 부정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는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북한선교위원회(위원장이동호아빠스주교)가 전국 15개교구 1천1백78명의 일선본당사제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천주교성직자들의 통일문제의식조사」결과 밝혀진 것이다.
성직자들만을 대상으로 통일문제에 대한 의식조사를 한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설문은 ▲통일문제에 대한 일반적인 견해 ▲북한사회및 종교실태에 대한 인식 ▲한국천주교회의 통일노력에 대한 평가등 3개분야에 결쳐 총41개 항목이 주어졌다.
조사결과전체응답자의 99.9%가 통일의 당위성에 공감하고있으며, 특히 「통일이 언제쯤 가능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는 10.5%가 「5년이내」, 42%가 「10년이내」라고 답해 응답자의 절반이상이 2000년을전후한 시기에 통일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시했다.
통일에 대한 긍정적 전망과 높은 기대치에도 불구하고 응답자들은 현정부의 통일정책에는 매우 비판적이어서 「잘한다」는 응답이 15.3%에 불과한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전체의 절반에 해당하는 49.8%나 됐다.
통일방식에 관해서는 절대다수인 78.7%가 「남북한간의 대화와 교류확산을 통한 통일」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연방제에 의한 통일」「남북한 자유총선거에 의한 통일」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숫자는 각각 10.5%,3%에 지나지 않았다.
남북교류문제와 관련, 「교류를 위해 가장 먼저 실천해야할것이 무엇인가」를 묻는 항목에 대해 응답자들은 「서신왕래·가족방문·성묘」(28.7%), 「문화교류」(22.1% ), 「정보방송교류」(17.2%), 「경제교류」(15.5%) 순으로 답했고 「정치인교류」를 우선해야 한다고 대답한사람은 전체의 4.8%로 가장낮은 수치를 보였다.
「남북통일의 가장 큰 장애요인은 무엇인가」란 질문에 응답자의 24.3%가 「남북한 각자의 통일방안고집」을 꼽았으나 「남북한의 상이한 이념·체제」(21%), 「강대국이 분단을 원함」(15.7%), 「남북한의 상호불신」(11.1%)등도 만만찮은 요인으로 지적됐다.
한편 우리나라 천주교 성직자들의 대북한관은 아직까지는 비교적 보수적이고 부정적이어서 그곳 실상을 묻는 11개의항목중 경제력과 인권, 국제적지위, 교육기회, 문화예술및 학문수준, 부의 분배등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 북한의 장충성당건립, 조선천주교인협회결성등 종교활동에 대해서도 「국제사회의 여론을 의식해 마지못해 허용하고 있다」(62.6%), 「대남전략적 이용 속셈에 불과하다」(12.1%)등으로 응답, 전체의 74.7%가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북한사회에 대한 발표나 주장에 관해서는 정부발표(긍정8.2%, 부정69%), 언론매체의 보도(긍정15.7%, 부정53.1%), 월남귀순자의 증언(긍정23.2%, 부정45.2%)보다는 북한방문 해외동포의 증언(긍정65%, 부정9%), 북한방문 외국인의 증언(긍정63.3%, 부정10.5%), 재야·학생들의 증언(긍정35%, 부정25.6%)등을 더 신뢰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한편 한국천주교회의 통일노력에 관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전체의 15.4%, 부정적 평가가 39.3%, 「그저그렇다」가 43.3%를 차지, 성직자들이 교회의 통일노력에 대체로 회의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주목을 끌었다.<정교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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