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김씨 피서 "행차"못마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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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외국의 전직 대통령 가운데 많은 분이 퇴임후에도 국가와 사회를 위해 여러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보도를 종종 접하고 있다.
얼마전 미국의 전·현직 대통령이 한자리에 모여 담소하면서 나란히 찍은 사진을 감명깊게 보았다. 전·현직대통령이 같이 머리를 맞대며 나라일을 함께 걱정하며 의논한다는 것, 얼마나 보기 좋은가.
그러나 이를 우리나라 경우와 비교하면 안타까운 마음만 들 뿐이다. 모 전직 대통령이 많은 측근들과 제주도 피서길에 나섰다는 보도다. 그는 대통령 취임당시 가난한 농부의 아들임을 강조하면서 정의사회구현을 통치이념으로 사마 재임하다가 말기에는 『토임후 평범한 일반시민으로 방방곡곡을 자유롭게 여행하고 싶다』는 희망을 기자회견자아에서 표명한바 있다.
바로 그분이 백담사에서 하산하여 세인의 주목을 받는 나들이를 해왔다. 용인 골프장 나들이, 생일 때 어느 호텔 식당을 전세내어 잔치를 베풀었던일, 요즘 제주도로의 대부대 이동 휴가, 이 모두가 국민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어느것 하나 평민으로 조용히 여행하고 싶다는 면은 찾기 어렵다.
여건이 그렇게 하기를 허락하지 않는지 우릴로서는 알 길없다. 또 어떤 정치적 역학관계가 있는지도 알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금 나라 안팎이 어려운 입장이고 국민 모두가 과소비 억제운동을 벌이고 있는 터에 전직대통령으로서 세(세)과시로 오인받을수도 있는 낭비성 행각을 국민은 불편한 심기로 주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영균<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유천1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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