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깎는 336초… 질풍같은 태클로 마무리|쾌걸 안한봉 투훈의 승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바르셀로나=특별취재단>
올림픽 금메달 하나를 탄생시키기 위한 산고(산고)가 이렇게 처절할 줄이야. 바르셀로나 몬주익언덕의 카탈루냐 체육대학체육관에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울려 퍼지기까지는 정규경기시간 5분하고도 연장전 36초의 숨막히는 시간을 기다려야했다. 그동안 매트에서 탈진상태에 이르기까지 몸을던진 안한봉(안한봉)선수야 말할 것도 없겠지만 연신 엎치락 뒤치락거린 점수에 마음을 졸여야 했던 수백명의 선수단임원과 교포응원단들에게도 이날 결승전은 하나의 고통이었다.
연장전 30초를 지나면서 안한봉이 매섭고 질풍같은 태클로 일디츠의 중심을 무너뜨리고 두손이 허리를 휘어감았을때 주심의 오른손 엄지손가락이 하늘로 치솟았다. 5분36초간의 사투가 드디어 막을 내린 것. 점수는 6-5. 고대하던 한국레슬링에서 첫금메달이 터지는 순간이었다.
귀빈석에 앉아있던 이진삼(이진삼) 체육청소년부장관, 이건희 (이건희) 대한레슬링협회장부부는 물론 김종렬(김종렬) 대한체육회장, 김성집(김성집) 선수단장등 한국선수단관계자들은 두손을을 높이 치켜들고 환호했다.
안한봉은 매트에 무릎을꿇고 승리에 대한 감사의기도를 올렸고 곧이어 감격에 겨운듯 두손을 번쩍 치켜올리며 만세를 불렀다. 응원단에서도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쳐댔다.
이날 응원단이 가장 마음졸인 것은 종료2분25초를 남기고 안한봉이 되치기를 당해 5-2로 점수가 벌어졌을 때. 그러나 안한봉은 응원단의 열화같은 환호에 원기를 회복한 듯 이내 반격을 개시, 저돌적인 공세끝에 패시브틀 얻어내 이를 목감아굴리기로 2점을 올려놓고 계속되는 체력전끝에 종료24초를 남기고는 또다시 태클에 이은 밀어내기로 극적인5-5의 동점을 만들어냈다.
이어 속개된 연장전에서 안한봉은 우세한 체력·정신력으로 일디츠를 밀어붙인 끌에 36초만에 먼저 1점을 뽑아 5분36초간의 혈전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날 승부는 한마디로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준 한판의 역전드라마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