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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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내가 한국에 온지 10개월이 다 되어 간다.
여기에 오기전에는 한국에 대해 거의 몰랐다.
한국의 현재 상황이나 모습은 텔리비전 뉴스나 친구·주위사람한테서 들은 것 뿐이었다.
그러나 그 뉴스는 주로 학생데모와 큰 사건뿐이었고 친구한테 들은 것도 나쁜 경험이나 좋지않은 인상 때문에 그들은 내가 여기에 오는 것을 염려하는 것 같았다.
『정말 한국에 가겠니』라고 말한 사람이 있고, 『부대를 갖고 가거라』고 농담을 한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별로 걱정하지 않고 여기에 왔다.
어느날 기숙사(서울 동숭동)에서 가까운 공원에서 김밥을 먹고 있는데 주위의 집에서 나와 청소하던 주부들이 다가와 『한국사람이 아니죠』라고 하며『김밥을 먹을수 있어요』 같은 이야기를 걸었다.
3개월전에도 그 공원에서 시험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그때 옆에 앉아있던 남녀 대학생이 친절하게 『한국말을 공부하고 있어요』 『왜 공부하세요』, 그리고 연인을 가리키면서 『이사람 예뻐요』따위의 이야기를 했다.
그 자리를 떠날 때 『그럼 한국에서 재미있게 사세요』라고 했다.
이와같이 한국 사람들은 외국인한테 친절하고 환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기숙사 주위의 식당 아줌마들도 항상 미소를 지으며 잘 대해준다.
나는 그 사람들한테서 좋은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나쁜 인상을 받은 일도 있다.
지난해 동대문 시장에서 산 물건이 다른 사람보다 비싸게 산것을 알았을 때는 기분이 안좋았다.
그리고 친구와 함께 기차를 기다리고 있을 때 『여기에 외국인이 있어 싫으니까 저쪽에 가자』고하는 대학생을 보고 실망했다.
오후 9시쯤 국제회관으로 돌아올 때 매춘부로 오해된 경험도 있다.
이와같이 각국에는 장점도, 단점도 있기 때문에 이나라가 저 나라보다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다.
한국인은 애국심이 무척강하고 타국, 특히 동남아시아 나라를 경멸하는 것 같은데 그 지역에서도 한국의 모습이 어떻게 나쁜지 알아차려지 않는 것같다.
미국의 코리아타운에서 일어난 사건이 무언가 한국관을 반영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자기 나라를 자랑하는 동시에 결점도 보고 타국의 긍지를 인정하면 한국 모습이 좋아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가 앞으로 다시 여기에 올때 염려하거나 부대를 갖고 가라고 한 사람들이 이번에는 『자, 꽃을갖고 빨리 가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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