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투쟁과 인명구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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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사람이 물에 빠져 죽었는데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으니 피서객들은 누구를 믿고 해수욕장을 찾겠습니까』
『인명 구조원이 한명만 있었어도 죽지 않았을 겁니다. 그 많던 인명 구조원은 다들 어디에 갔습니까』
26일 낮 12시쯤 강릉경포 해수욕장 관리사무소 앞.
피서객 1백여명이 몰려와 이날 오전 11시5분쯤 물에 빠져 숨진 황현철군(19·무직·서울흑석동70)의 어처구니없는 참사에 대해 거세게 항의하고 있었다.
황군이 물에 빠진 곳은 해안에서 불과 15m앞.
제때에 구조활동만 펼쳤어도 충분히 살릴 수 있었던 곳이었다.
물에 빠진 황군이 20여분간 물위에서 허우적거리며 『사람살려』라고 외쳤으나 인명구조원이나 경찰 누구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제대로 수영할 줄 모르는 피서객들만 발을 동동 구르다 뒤늦게 도착한 인명 구조선이 갈쿠리로 시체를 건지는 모습만 바라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날의 사고는 급여에 불만을 품은 인명구조원들이 급료 인상을 요구하며 이날 오전부터 근무를 거부했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이 강릉시 관계자의 말. 또 경찰은 『인명구조 활동은 강릉시 해수욕장 관리본부 소관』이라며 발뺌만 하고있다.
심지어 한 공무원은 피서객들을 향해 『능력 있으면 당신들이 살려내지 왜 우리보고 따지느냐』고 어처구니없는 말을 해 피서객들을 격분하게 했다.
한편 인명구조원들 역시 이날 근무를 안한 것에 대해 열악한 구조장비, 턱없이 낮은 보수 등의 개선을 요구하자 관리 본부측이 「너희들이 없어도 인명구조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자신들의 입장을 정당화시키기에 바빴다.
찜통더위를 피해 전국 각지에서 수백만명이 찾아드는 해수욕장.
그러나 해수욕장에서 항상 발생할 수 있는 익사사고에 대비한 인명구조 활동을 개인의 이익 때문에 포기한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는 것이 수많은 피서객들의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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