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생명 보험영업 큰 타격/후유증 심한 정보사땅 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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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해약 늘고 모집인 동요·족벌체제 와해/문책인사 남은 국민은행도 “바늘방석”
앞으로 재판과정이나 국회논의 등에서 여진이 계속될 것이지만 일단 정보사땅 사기사건은 23일 검찰수사 결과 발표로 제1막이 종결됐다. 그러나 사건에 연루된 제일생명을 비롯해 문책문제 등이 남은 국민은행은 사후처리가 지금부터인 셈이다.
○…제일생명은 이날 검찰발표로 20여일간 계속된 이 사건의 파장이 일단 가라앉을 것으로 보고 한시름 놓는 기색이나 그 과정에서 잃은 것이 너무 많아 허탈한 분위기.
이 사건 이후 신계약 증가율은 22%선으로 종전과 큰 차이는 없으나 해약증가율이 40%선으로 평소의 35%선보다 훨씬 높아진게 큰 고민. 이같은 영업상 타격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나타날 전망인데 더 큰 문제는 일부 모집인들이 다소 동요를 보이고 있다는 점.
스카우트 유혹이 유난히 많은 보험업계에서 실적좋은 일부 모집인들이 기관경고 등 강력한 제재를 받아 신용이 실추된 회사에 몸담으면서 굳이 어럽게 영업을 할필요가 있느냐는 푸념이 나타나고 있는 것.
제일측은 이에 따라 조만간 본사 부·과장 이상 전간부가 영업소를 순회하면서 사태수습에 나설 예정이나 획기적인 비전제시를 원하는 직원들을 설득할 뾰족한 방안을 아직 찾지못하고 있는 상태.
○…보수적인 족벌경영체제로 알려진 제일생명은 이번 사건으로 경영진 상당수를 물갈이 하게 됨에 따라 체질변화가 불가피한 상황.
하영기사장·윤성식상무는 물론 이 사건의 책임을 함께 짊어져야할 오너측근의 일부인사도 경질대상에 올라있어 박남규회장 친인척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경영체제는 사실상 와해된 셈.
○…정보사땅 사기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와 맞물린 「동전의 뒷면」이 금융기관에 대한 「문책인사」였는데,22일 오전 이용만재무장관의 청와대 보고 이후 비로소 윤곽이 확정된 인사의 폭도 역시 이번 사건이 「사기」라는 것에 대한 노태우대통령의 「이해」가 그대로 반영된 셈이어서 주목.
사건이 처음 표면화 됐을 때부터 사건의 성격이 「사기」냐,「금융사고」냐를 놓고 관련 금융기관은 물론 은행·보험감독원·재무부 등 금융당국은 초미의 관심을 기울여 왔는데 곧 단행될 문책인사의 폭이나 관련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의 성격도 이번 사건에 대한 성격규정을 명확히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일생명은 사건의 직접적인 「관련자」인 이상 가장 강도 높은 제재가 가해질 것이 확실한 반면,국민은행은 한 지점의 대리가 사기단의 일원이었기에 오히려 사건의 「피해자」일 수도 있다는 것이 사건의 내막을 처음부터 지켜본 사람들의 일반적인 시각인데,관련 금융기관의 책임소재야 어떻든 이번 사건을 계기로 혹시나 과거의 금융사고 때처럼 사회의 분위기에 휩쓸려 금융기관의 자율성을 해치는 규제위주의 졸속대책이 나오지나 않을까 우려하던 사람들은 막판에 「사리」를 찾는 쪽으로 사후대책이나 인사의 윤곽이 잡혀가자 적이 안도하는 분위기.
특히 이번 문책인사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은행장의 후임을 놓고는 설왕설래가 많았는데 22일 오후 늦게 최종확정된 인사가 전해지자 아는 사람들은 『오랜만에 순리대로 은행장 인사가 결정됐다』며 반기는 모습들.<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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