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한마디] ELW는 '선수'들의 시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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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서슬 시퍼런 양날의 칼'.

굿모닝신한증권의 파생상품 담당 권우석(사진) 차장은 주식워런트증권(ELW)을 이렇게 표현한다. 칼을 잘 쓰는 사람에게 더없이 좋지만, 서투른 사람이 휘두르다가는 자칫 사고를 내기 쉽다는 것이 ELW의 특성과 같다는 뜻이다. ELW란 만기에 특정 종목의 주가나 주가지수를 미리 정한 가격에 사고팔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파생상품이다. 기초자산이 되는 주식의 변동 비율보다 ELW의 움직임이 월등히 크다. 이 때문에 적은 돈으로도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반대로 주가가 예상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 경우 짧은 시간에 투자금 전부를 잃을 수도 있다.

권 차장은 증권가에서 보기 드문 파생상품 전문가다. 1994년 쌍용투자증권에 입사해 선물. 옵션 시스템 구축 업무를 맡은 뒤로 한국채권평가 등 회사를 옮겨 다니며 계속 파생상품 업무를 담당해 왔다. 굿모닝신한증권에는 ELW가 출범하기 6개월 전인 2005년 6월 입사해 준비 작업을 주도해 왔다.

파생상품과 투자자의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최근 ELW 거래 증가가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론 염려스럽다. 그는 "코스피지수가 1400을 넘어서면서부터 신규 투자자들의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권 차장은 ELW는 '선수'들의 시장이라고 말한다. 주식 투자와 파생상품의 원리를 잘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증시 상황을 언제라도 지켜볼 수 있는 환경도 갖춰야 한다. 정확한 통계는 없다. 하지만 증권사로 문의해 오는 ELW 투자자들을 분류해 보면 직장인은 100명 중 한 명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 권 차장의 말이다. 대부분 전업 투자자란 얘기다. 권 차장은 '적은 금액의 투자로도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ELW의 교과서적 해설은 현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1만원만 있어도 투자할 수 있는 것이 ELW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보통 수천만원대, 많게는 수억원대의 거금을 쏟아 붓는 투자자가 대부분이라는 지적이다.

"친동생이 ELW 투자를 시작한다면 무슨 말을 해 주고 싶으냐"는 질문에 권 차장은 "책 한 권 읽은 정도의 지식으로 ELW에 접근하는 것이라면 말리고 싶다"고 답했다. 그는 "ELW 시장이 과거보다 많이 성숙하긴 했지만 원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접근하는 투자자가 아직도 많다"고 덧붙였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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