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의 핵메시지 기대/김달현 입경과 우리정부의 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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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타결되면 정부차원의 경협 가속화
김달현북한정무원부총리 일행의 서울 방문을 둘러싼 최대의 관심은 교착상태에 있는 북한 핵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마련되느냐는 것과 경협이 얼마만큼 빨리 진전될까 하는 점이다.
정부측은 이들의 방문이 핵문제해결을 전제로 이루어진 것이며,따라서 이들의 방문기간중이나 방문뒤에는 핵문제 해결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관측에 대해 상당히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정부가 인정하는 것은 그의 서울방문이 핵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 뿐이다.
이동복고위급회담 대변인이나 공노명핵통제공동위원장은 모두 『상호사찰실시가 남북관계 실질개선의 우선적 과제라는 정부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이들의 방문기간중에 핵문제가 자연스럽게 우리 당국자와 토론될 것이며 이를 통해 북한이 상호사찰의 중요성을 보다 확실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들의 방문이 핵문제가 해결됐거나 해결을 위한 협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이들의 방문을 통해 핵문제를 풀어간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김달현부총리를 통해 북측의 핵문제해결 메시지가 전달되어야 한다는 기대를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김 부총리 방문발표때부터 정부측은 핵문제에 대한 직접협상 가능성을 배제하면서도 핵논의 가능성과 북측의 입장제시가 필요할 것이라는 점을 공공연히 시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측은 북측 대표단 가운데 이 문제를 논의할 「막후실세」가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현재 핵통제위 최대쟁점은 북한의 군사기지사찰과 상호사찰에 특별사찰을 포함시키는가 여부지만 현재까지로는 북한은 전혀 양보의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북한 군부의 강한 반발때문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부측은 남측의 입장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의사가 제대로 북한지도부에 전달되는가에 의심을 갖고 있다.
즉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북한내 강경세력의 말에 둘러싸여 김일성­김정일이 올바른 사태파악을 못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왜곡을 피해 김달현 현부총리에게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시킴으로써 김일성­김정일에게 그같은 뜻이 직접 전달되게 한다는 것이다. 김달현은 북한 최고지도부와 직접 모든 것은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위치라는 점에 대한 우리 당국의 기대는 크다.
때문에 정부측은 북한 방문단을 만나게되는 모든 사람이 가능한 모든 창구를 동원해서 이런 입장을 반복적으로 전달할 계획이다.
핵문제 해결방법을 둘러싸고 북한내에는 강온대립이 전개되고 있다는 것이 우리 당국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온건파 대표인 김 부총리의 서울방문을 통해 남한이 남북경협에 강한 의욕을 갖고 있다는 점을 확신시킴과 동시에 북한이 핵무기 개발의사를 포기하지 않는한 남북경협은 물론 대외관계에 진전이 있을 수 없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다는 것이다.<안성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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